“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자”

생명존중문화 정착과 자살예방 위한 한국생명운동연대 공동 인터뷰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자” 기사의 사진
신상현 예수의꽃동네형제회 수사,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왼쪽부터)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함께 손을 잡고 생명존중문화 정착과 자살예방을 위한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대한민국은 ‘경쟁 심리’로는 단연 세계 1위입니다. 세대를 초월해 자기가 속한 집단을 전쟁터로 인식합니다. 여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생명경시풍조로 이어지는 겁니다.”(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물질의 풍요 속에서 영성 빈곤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사람의 존재 자체가 고귀함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효용성으로만 따지는 데서 반생명문화가 만연하게 된 겁니다.”(신상현 예수의꽃동네형제회 수사)

한국사회를 ‘생명’의 관점에서 바라본 석학과 생명운동 현장 전문가들의 진단은 날카로웠다. 손봉호 교수, 신상현 수사,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공동 인터뷰를 갖고 생명존중문화 정착과 자살예방을 위한 사회 영역별 역할에 대해 토론했다.

하 원장은 “2011년 자살 사망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31.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자살공화국’이란 꼬리표를 떼진 못하고 있다”며 “자살을 계획하거나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국민이 200만명 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13년째 지켜오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자살률이 현저하게 낮아져서가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자살률이 더 높은 리투아니아가 OECD 신규 가입국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살예방을 위한 각계의 노력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정부가 ‘생명존중문화 확산과 자살예방’을 국정과제로 선포한 데 이어 현직 국회의원들이 자살예방포럼을 출범하며 자살률 낮추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4월엔 생명운동을 펼쳐온 교계 학계 시민사회 등 26개 단체가 한국생명운동연대를 결성하며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이날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생명주간 선포식에선 각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언론은 보도 원칙을 준수하고 무책임한 자살 보도를 사라지도록 할 것’ ‘외롭다고 느끼는 이웃이 없도록 종교계와 기업, 가정이 나서줄 것’ 등을 주문하는 1000인 선언이 진행됐다. 손 교수(고문) 하 원장(공동대표) 신 수사(참여단체 대표)도 한국생명운동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손 교수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기 위해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나선 것은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모습”이라면서 “이 같은 연대가 운동성을 잃지 않기 위해선 범정부 상설기구가 세워져 인식개선과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원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최근 6년여 동안 자살률을 30% 이상 감소시킨 일본은 연간 7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예산이 162억원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자살예방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는 시민단체들을 적극 지원해 동력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존중문화 정착을 위한 종교계의 시대적 역할에 대해선 세 사람 모두 종교계가 생명존중 세계관을 내면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공동체임에 공감했다. 신 수사는 “가정 파괴는 곧 자살 고위험군의 증가로 이어진다”며 “개인은 정신과 의사가 치료할 수 있지만 가정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교회와 종교인들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하 원장은 “고난당하고 상처 입은 이들이 삶의 막다른 골목에 섰을 때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 교회여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 입안과 인식 개선을 위한 종교계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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