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현길] 1998년과 2018년 기사의 사진
“전후방에서 젊음을 바쳐 조국을 지키는 장병들에게 감사드리고 존경한다.” 1999년 11월 6일, 4주의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32사단 훈련소 정문을 나온 만 26살의 박찬호는 이렇게 말했다.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게 된 박찬호로선 동년배에 대한 미안함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가 병역 특례를 받은 1998 방콕아시안게임은 프로야구 선수의 참여를 처음으로 허용한 대회다. 최강 드림팀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했던 관례에 따라 프로(12명)와 아마(10명)로 팀이 꾸려졌다.

특이한 건 아마 선수는 물론이고 프로 선수도 미필로만 구성됐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뛰던 선동열과 이종범, 홈런왕 이승엽이 빠졌는데 이들은 군 문제를 해결한 공통점이 있었다. 당초 명단에 올랐던 강동우가 부상을 입자 공익 입대 예정인 심재학이 포함되기도 했다. 팀 출발부터 금메달의 무게만큼 병역 특례를 고려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선수 구성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9명이 병역 특례를 받았는데 20년 전 22명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지만 병역 특례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직접적 이유는 특정 선수들을 둘러싼 선발의 공정성 문제지만, 기저에는 공정하지 못한 예외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하는 여론이 놓여 있다.

1973년 도입된 병역법의 병역 특례 조항은 국위 선양을 한 선수들에게 예외적으로 사실상의 병역 면제 혜택을 준다. 그것이 지금도 합당한지 의문이다. 단적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24년 만에 종합 순위가 3위로 내려가 메달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병역 특례 논란이 더 문제가 됐다. 스포츠에서 메달의 가치와 선수의 노력을 이전보다 낮춰본다는 게 아니다. 메달이나 순위 같은 결과가 국위 선양과 직결된다는 생각이 이전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국민개병제를 유지하는 현실에서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마다 이번엔 누가 병역 면제를 받는지가 관심사로 떠오르는 상황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역의무’에 부합하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정부는 병역을 “신성한 의무이자 소중한 권리”라고 하지만 국민은 병역 면제가 혜택이 되는 모순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재능 있는 선수와 예술인이 재능을 발휘할 시기를 놓치는 경우는 당연히 없어야겠지만 제도의 부작용을 너무 오래 간과해온 것 같다.

김현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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