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윤의 뮤직플레이] 국악 대중화, 가수들 노력·팬들 애정 버무려져야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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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새 음반에서는 활기뿐만 아니라 흔치 않은 접목도 확인할 수 있었다. 타이틀곡 ‘아이돌(IDOL)’에 한국 전통음악의 성분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래 후렴구에서 “얼쑤” “지화자” “덩기덕 쿵더러러” 같은 판소리 추임새나 장구의 장단 소리를 쏟아냈다. 주류 아이돌 가수의 노래에서는 보기 드문 표현이었기에 많은 매체가 이 사실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몇몇 기사는 ‘아이돌’이 국악을 더 널리 알리고, 대중음악과 국악의 융합이 활성화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척박한 국악 시장이 방탄소년단 덕에 한순간에 비옥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헤비메탈 반주에 태평소 독주를 입힌 ‘하여가’를 선보였을 때에도 다수의 매체가 국악을 익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 대중문화에 일대 변혁을 일으킨 서태지였기에 파급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이가 기대한 풍경은 나타나지 않았다. 꾸준히 ‘국악 퓨전’에 도전한 김수철의 여러 작품을 비롯해 한국사람의 ‘한국사람’, 넥스트의 ‘증조할머니의 무덤가에서’와 ‘코메리칸 블루스(Komerican Blues)’,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 막혀’, DJ DOC의 ‘뱃놀이’ 등 국악을 녹여낸 노래가 계속 출시됐지만 국악의 대중화를 도모하기에는 힘이 많이 모자랐다.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련의 활동에 고무된 국악인들이 서양 고전음악을 국악기로 연주하거나, 우리 전통음악에 대중음악의 문법을 덧대는 작업을 진취적으로 벌이기도 했다. 김덕수가 95년 재즈 힙합 록 등을 조합한 ‘난장 뉴 호라이즌’을 낸 뒤로는 국악의 대중화를 꾀하는 기획이 늘어나기도 했었다.

오늘날에도 이런 움직임은 활발하다. 현재 20대나 30대는 한국 대중음악의 비약적 성장과 인터넷의 발달 덕에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쉽고 빠르게 경험하고 있다. 젊은 국악인이 늘어남에 따라 유행과 보편적인 취향을 고려해 비슷한 세대, 또는 어린 음악팬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곡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근래 출시된 작품 중에서는 전주 출신 밴드 모던판소리의 데뷔 음반 ‘판 Vol. 1’이 단연 돋보인다. 이름으로 유추할 수 있듯 이들은 판소리를 현대적인 틀로 재해석하는 것을 노선으로 삼는다. 밴드는 ‘춘향가’의 ‘신연맞이’나 ‘옥중가’ 같은 판소리를 펑크 록이나 불규칙한 진행이 특징인 포스트 록, 혹은 재즈 반주에 담아 역동적으로, 때로는 은은하게 전달한다. 더불어 ‘금수저가’로는 태어나면서 계급이 결정되는 세태를 풍자해 공감을 자아낸다.

모던판소리의 작품 외에도 남도잡가 ‘화초사거리’를 하우스 비트에 담은 장서윤과 오디오바나나의 음악 ‘블러썸(Blossom)’, 경기민요 ‘풍년가’를 온화한 재즈로 풀이한 뮤르의 ‘풍년가’, 황진이의 시조를 발라드로 가공한 이윤진의 ‘쉽게 흘러가지 않길’도 인상적이다.

듣기에 편안하고, 더러는 재미있게 느껴질 작품은 이미 차고 넘친다. 사람들의 눈길이 좀처럼 향하지 않는 현실이 애석할 따름이다. 방탄소년단의 시도는 분명히 값지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가수 몇 명의 활동으로는 전통음악의 대중화를 결코 이끌어 낼 수 없다. 음악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절실하다. 많은 이가 찾아 주는 풍토가 조성되는 것이 필수다. 그때 국악은 비로소 애잔한 변두리 생활을 청산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동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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