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결과 기업의 94%가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에 동의했다고 한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동의한다는 응답이 88.9%였으나 300인 미만 기업에선 95.8%였다. 기업들이 얼마나 경기를 심각하게 보는지 잘 보여준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호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기업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한국은행 기업 경기실사지수(BSI)도 1년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함께 조사해 7일 발표한 경기·살림살이 전망 조사 결과도 줄줄이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성인 1000명에게 향후 1년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49%가 ‘나빠질 것’, 19%가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1년 후 살림살이 전망을 물은 데 대해 32%가 ‘나빠질 것’, 18%가 ‘좋아질 것’, 48%는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봐 살림살이 전망 순 지수(낙관-비관 격차)도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경제주체들의 인식과 전망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이 정부를 불신하고 향후 경기를 불안하게 보는 상황에서 투자가 활발할 리 없다. 이를 뒷받침하듯 설비투자는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2분기에는 건설투자, 설비투자, 지식재산생산물 투자 등 투자 관련 지표 세 개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계까지도 경기를 이처럼 부정적으로 보게 되면 소비를 줄일 공산이 커진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더욱 암운을 드리우게 될 것이다. 이 정책의 작동 경로가 저소득층의 소비 증진이 기업 매출로 연결되고, 이것이 다시 투자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치솟았던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가 1년여 만에 꼬꾸라지는 셈이다. 여기에는 미·중의 무역전쟁 등 대외 변수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악화하는 고용과 소득분배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아무 문제 없다’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실망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기다려 보라’고 해도 국민들은 실상이 어떤지 이미 알고 있다.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되찾으려면 경제 실상을 인정하고 정책 전환을 서두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