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11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초당적 지지를 바탕으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힘 있게 추진한다는 게 청와대의 의중인 것 같다. 정치권은 입장이 갈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비준 동의에 찬성, 자유한국당은 반대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내부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전 동의안 의결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성급하다. 판문점선언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남북이 이행할 다양한 조치들이 망라돼 있다. 다방면의 협력과 교류 왕래 및 접촉 활성화,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올해 종전선언 및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전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등이다. 이 가운데 핵심이 북의 비핵화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른 합의사항들은 빛이 바래고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북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첫 단계인 핵 리스트 제출조차 미루고 있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북은 정권 수립 70주년인 9일 노동신문 사설에서 “평화번영의 만년 보검을 틀어쥔 우리 조국이 경제강국으로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정치 군사 강국으로 세계무대에 당당히 나서게 되었다”라고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준 동의를 요구하는 건 명분이 부족하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도 없이 국민에게 엄청난 재정 부담만 지우는 정부의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밀어붙이기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한 것을 맹목적인 발목잡기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판문점선언이 비준되면 국내 법적 효력을 갖는다. 비핵화 진전 여부와 관계없이 대북 경제 교류·협력 사업이 과속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에 비준안 동의를 압박하기에 앞서 북 비핵화에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북이 핵 폐기를 적극 이행한다면 국회가 비준에 동의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비핵화 의지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동의안 처리를 강행하면 여야 대치를 격화시켜 국회가 파행될 수 있다.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도 찬반이 팽팽해 첫 관문 통과조차 불투명하다. 표 대결을 통해 통과되더라도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국당 등이 반발하면 입법과 예산 반영 등을 통해 판문점선언을 힘 있게 추진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다. 비준동의안 문제는 다음 주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관련 확실하고도 진전된 조치를 이끌어내고 실질적인 이행과정을 지켜본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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