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난리 겪고도… 또 뚫린 메르스 검역 기사의 사진
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 입구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병원 감염격리병동엔 지난 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입원해 있다. 국내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건 2015년 이후 3년 만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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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중동 체류 후 귀국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는 등 정부의 검역체계에 허점이 발생했다. 해당 환자는 공항 검역소에서 귀국 전 설사 증상으로 현지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정부의 메르스 대응 지침에는 설사가 메르스의 주요 증상으로 명시돼 있다. 2015년 38명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 사태 악몽이 가시지 않았지만 검역체계 구멍은 메워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씨(61)는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6일까지 업무상 출장으로 쿠웨이트를 방문한 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7일 귀국했다. A씨는 쿠웨이트 방문 중 설사 증상이 있어 지난달 28일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 받았다고 한다.

검역체계의 문제점은 공항에서부터 시작됐다. A씨는 7일 오후 4시51분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검역관에게 방문국가와 질병 증상을 적은 건강상태 질문서를 제출했다. A씨는 ‘10일 전 쿠웨이트에서 6회 설사를 했다. 기침과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다’고 적었다. 검역관은 고막체온계 측정 결과 A씨 체온이 36.3도를 나타냈고, 호흡기 증상도 보이지 않자 “귀가 후 발열 등 증상이 생기면 질본 콜센터에 신고하라”는 당부를 한 뒤 내보냈다.

질본이 지난 7월 발간한 ‘2018 메르스 대응지침’에는 메르스의 주요 증상으로 발열, 기침과 함께 복통, 설사 등이 포함돼 있다. 질본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당시 메르스 확진환자 186명 중 24명(12.9%)이 설사와 소화불량 등 소화기 증상을 호소했다.

또 메르스 감염 상당수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발생한다. 보건 당국은 A씨가 현지 병원 치료를 받은 이력도 확인했지만 의심환자로 분류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A씨는 도착 직후 공항 측에 ‘몸이 힘들다’며 휠체어를 요청한 뒤 타고 간 것으로 나타났다.

질본은 A씨가 두바이에서는 환승을 위해 짧은 시간만 머물렀던 만큼 쿠웨이트 현지에서 메르스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지난 7월 1일 기준 메르스 오염지역(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등 3국)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중동에서는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모두 116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30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메르스 공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기준 질본 검역지원과장은 “A씨는 두바이를 경유했기 때문에 검역 단계에서 조사를 했다”며 “쿠웨이트 역시 오염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2시간30분 후 A씨가 찾은 민간 병원의 조치는 달랐다. A씨는 설사 증상이 지속되자 공항을 나온 직후 부인과 함께 리무진형 개인택시를 타고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은 A씨의 방문지와 증상을 들었고, 곧바로 격리실에서 치료해 환자나 의료진 접촉을 최소화했다.

병원 측은 발열, 가래 및 폐렴 증상을 확인하고 당일 오후 9시34분 보건 당국에 A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했다. 보건 당국은 A씨를 서울대병원으로 이동시켰고, 8일 0시33분쯤 국가지정 격리병상에 입원시켰다.

검역 단계에서 A씨에 대한 조치가 늦어져 확진자와 반경 2m 이내 거리에 있었던 밀접 접촉자는 22명으로 늘었다. A씨가 귀가 전 설사 치료를 위해 스스로 병원을 찾지 않았다면 전염 우려가 있는 밀접 접촉자는 훨씬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의료진은 “검역관이 발열과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에 집중해 A씨의 소화기 증상을 가볍게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이재연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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