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종기] 통일 이후 교통안전 대비해야 기사의 사진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찬바람이 쌩쌩 불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가 올해 초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해빙 무드로 접어들었다. 아직까지는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유엔 대북 제제의 족쇄가 풀리지 않은 탓에 살얼음판처럼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남북한 간의 냉전체제 종식’이라는 우리 민족의 염원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히 높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남북관계에 춘풍이 불어올 경우에 대비해 체육과 문화 분야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사회의 각 부문에서 분단으로 심화한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넓혀 나가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남북한 주민들이 왕래하고 소통하는 생활문화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도로교통 안전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남북한은 70년 넘게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왕래가 없었기 때문에 전면적 교류나 통일 준비기에 교통안전의 문제는 시급한 현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 교통법규의 차이,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으로 다양한 차원에서 심각한 갈등과 분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교통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도로교통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북한은 도로 노면 등 관리 상황이 좋지 않아 차량별, 도로별 제한속도가 매우 엄격한 편이다. 또한 열악한 도로 환경으로 인한 교통사고 비중이 상당히 높아 운전면허 취득 시 차량정비 능력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것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현격히 적은 운전자 수와 차량 등으로 인해 보행자의 교통안전 의식이 높지 않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러한 북한의 도로교통 환경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도로교통 안전을 위한 표준화 준비 작업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이다. 교통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과 홍보, 교통 신호체계의 통일된 표준화, 면허 관리와 교통안전 교육 시스템 구축 등을 주요 과제로 꼽을 수 있겠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의 교통안전 관련 제도와 문화, 시설 등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는 인적 요인, 환경 요인, 차량 요인 등에 의해 발생하며 이 가운데 인적 요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통일시대에 대비하는 교통안전의 과제는 ‘통일 준비기’와 ‘통일 과정기’ 그리고 ‘통일 정착기’로 나누어 각각의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통일 준비기는 남북한의 인적, 공간적 요인을 분석해 종합적인 교통안전을 구축하는 단계가 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와 지방 간 도로교통 현황과 교통안전 의식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지역별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을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간적 차원에서는 도로교통 현황 이외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도로교통 체계를 구체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 통일 과정기는 통일 준비기에 구축한 안전 교육, 도로교통 설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통일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급작스럽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점진기와 급진적 과정기로 세분화해 법체계, 도로교통 용어, 교통안전 교육, 운전면허 등의 표준화 등이 필요하다. 통일 정착기는 준비기와 과정기에 준비 및 실행한 프로그램을 체계화해 지속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교통안전 교육, 교통안전에 대한 남북한 주민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중국 역사서 한서(漢書)에는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아궁이 근처의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화재에 미래 대비한다’는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예상되는 위험요소에 미리 대비하는 것은 현명한 자세다. 우리가 축적한 도로교통 안전 분야의 역량을 바탕으로 남북한 주민들에게 일원화한 교통정보를 제공하고 공통된 교통법규와 시스템을 준수할 수 있는 ‘통일된 한반도, 안전한 한반도’가 하루 빨리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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