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남도영] 다들 듣고 싶은 얘기만 듣는다 기사의 사진
일부 여권 인사들에게 ‘정규재 TV’가 화제인 모양이다.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했던 경제지 출신 보수 언론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이다. ‘펜앤드마이크 정규재 TV’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매일 방송된다. 최신 영상물 제목을 찾아보니 ‘가짜뉴스를 폭로한다 ①김의겸’ ‘문 정권, 내부 분열 시작됐나’ ‘임종석은 누구에게 훈시하나’ 등이었다. 여권 인사들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정규재 TV를 바라보는 것은 심상찮은 인기 때문이다. 구독자는 24만명, 영상물당 조회수는 10만∼20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사람들은 이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안다. 한 지상파 뉴스 채널 구독자는 25만명이고,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를 앞세운 딴지방송국도 9만7000명이다. 한두 해 전만 해도 정반대 현상이 있었다. 김어준으로 대표되는 진보 진영의 인터넷 방송이 많은 국민의 눈과 귀를 잡았다.

미국 여론조사업체인 퓨(pew) 리서치센터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사람들은 ‘가장 신뢰하는 방송 뉴스 프로그램’ 중 하나로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가 진행했던 뉴스 풍자 프로그램 ‘데일리 쇼’를 꼽았다. 조지타운대 교수 출신인 톰 니콜스는 저서 ‘전문가와 강적들’에서 “뉴스를 오락거리로 생각하는 변화는 연령을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진실이나 정보 같은 말이 다양하고 자의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됐다”고 평했다. 스튜어트가 언론인인지, 데일리 쇼가 뉴스 프로그램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미국인들이 그것을 신뢰할 만한 뉴스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게 니콜스 교수의 분석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전통적인 언론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뉴스와 교양과 오락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팩트와 의견의 경계도 허물어졌고, 언론인과 방송인과 전문가의 경계도 그렇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소비될 뿐이다.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 이재명 경기지사다. 구글에 ‘이재명 논란’이라는 단어를 치면 약 1110만개의 검색 결과가 뜬다. 이 지사의 16가지 논란거리를 정리해놓은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정반대의 글도 무수히 많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 검색 결과가 약 691만개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 지사를 둘러싼 논란의 특징은 끝이 없는 논쟁이라는 점이다. 논란이 새로운 논란을 낳고, 주장이 반박을 부르는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다. 어떤 조사 결과나 증언, 보도가 나오더라도 이 지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싫어하는 사람들의 논쟁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역효과 현상(backfire effect)’이라는 용어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이나 신념이 틀렸다는 명백한 증거가 제시되더라도, 이를 수정하기보다는 오히려 틀린 주장을 강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뜻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의견이 언론과 블로그와 페이스북과 댓글 속을 돌아다닌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의견을 클릭만 하면 되는 세상이 됐다. 모두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듣고 싶은 얘기만 들으려 한다. 정보의 양과 통로는 무한히 넓어졌지만, 오히려 시야는 좁아지는 것 아닌가라는 느낌마저 든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통계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피드백’이라고 한다. 아무리 많은 통계와 변수를 고려해 작성하더라도 모든 프로그램은 필연적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이 비정상적인 결과를 도출할 때, 이를 알려줘 오류를 바로잡는 게 피드백 과정이다.

알고리즘 프로그램이야 프로그래머가 오류를 찾아내고 수정하면 되는데, 정치·사회적인 이슈들은 피드백이 쉽지 않다. 게다가 정치권, 언론, 사법부 등 전통적으로 피드백 통로를 담당했던 기구들이 전부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자업자득의 측면이 크지만 대안이 없으니 문제다.

남도영 디지털뉴스센터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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