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비엔날레의 변신… 실험적 서울, 산만한 광주, 확 줄인 부산 기사의 사진
지난 5∼7일 서울·광주·부산에서 주요 비엔날레가 일제히 개막식을 가졌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전시 전경.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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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황당했죠. 서로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몰라 논의가 거의 방담 수준이었어요. 그러다 ‘뉴 노멀’ ‘새로운 인간의 모습’ 등 우리 시대의 관심사가 중첩됐고, ‘좋은 삶’이란 전시 주제가 도출됐습니다.”

지난 5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린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11월 18일) 프레스 프리뷰 현장. 다른 3명의 큐레이터와 함께 단상에 올라 이렇게 말하는 이는 미술인이 아닌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이었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비엔날레=미술인 독무대’ 공식을 깼다. 광주비엔날레도 감독이 없는 공동 큐레이터 체제로 운영됐지만 모두 미술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부산비엔날레는 1인 감독 체제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규모의 축소를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비엔날레의 난립으로 ‘무용론’마저 나오는 가운데 서울·부산·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3대 비엔날레가 변신을 꾀했다. 지난 5∼7일 일제히 공개된 프리뷰 현장을 다녀왔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관성처럼 굴러가기를 거부하고 비엔날레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김장언 미술 큐레이터를 비롯해 김남수 무용평론가, 영화이론을 전공한 임경용 더북소사이어티 대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전시장 로비에 들어서면 마트용 카트를 배로 꾸민 김상돈의 설치 작품 ‘바다도 없이’가 관객을 맞는다. 돛에는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등 격문 같은 글씨가 가득하다. 지구온난화, 인공지능, 공유경제, 장애인 차별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다룬 이번 전시에선 글이 적힌 개념미술 작품이 넘쳐난다. 16개국의 작가 68명이 참여했는데, ‘벽에 붙은 미술’이 아닌 ‘사회를 바꾸는 미술’을 고민한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작가그룹 크리티컬 아트 앙상블은 “슈퍼스타 작가를 중심에 배치하고, 현지 작가를 양념으로 넣는 공식에서 벗어나 좋다”고 밝혔다.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강연, 토론회, 공연 등이 70회 넘게 진행된다. 모험을 감행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광주비엔날레(∼11월 11일)에는 지난 6일 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를 통해 ‘비엔날레 맏형’으로서의 세를 과시했지만 43개국 165명의 작가가 참여한 초대형 전시에 미술 전문가들조차 멀미를 호소했다.

전시 피로감은 초대형 규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지 않은 주제와 산만한 디스플레이도 한몫한다. 12회째인 올해는 ‘상상된 경계들’을 주제로 11명의 큐레이터가 7개의 주제전을 비엔날레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지에서 선보였다. 전시 감독을 없애고 김선정 비엔날레재단 대표가 총괄 큐레이터를 맡은 게 화근이었다. 두 마리 토끼 잡기는 무리였다. 전시 수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1명이나 되는 큐레이터가 각자 ‘경계’의 의미를 해석하다 보니 분단 냉전 독재 이주 포스트인터넷 광주민주화운동 북한미술 등 스펙트럼이 너무 넓었다. 공간별 작품 안배도 매끄럽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작가 아드리안 비샤르 로하스의 영상 작품 1점만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7주제전에는 34명의 작품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고유의 기운이 훼손됐다.

부산현대미술관과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 열리는 부산비엔날레(∼11월 18일)에는 35개국 66명(팀)이 참여했다. 프랑스 출신 크리스티나 리쿠페로 전시감독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장소와 작품 수를 늘려 전문적인 관객조차 지치게 만드는 초대형 전시 시대는 끝났다. 지난해 독일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작가 35명을 집중 조명했다”며 ‘강소 비엔날레’를 내세웠다. 주제 ‘비록 떨어져 있어도’는 분리를 키워드로 전 세계적으로 산재한 갈등과 분단을 다룬다. 주제 집약도는 있지만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화해 국면으로 옮겨가면서 공감도가 떨어지는 게 흠이다.

서울·광주·부산=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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