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성추행범 법정 구속’ 논란, 법조계 시각은… 기사의 사진
보배드림 캡처
“저는 이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쥔 적이 없습니다.”(성추행 피고인)

“분명히 움켜쥐는 느낌이 들었고, 곧바로 항의했습니다.”(성추행 고소인)

같은 상황을 놓고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는 성추행 사건의 고소인과 피고인. 이 경우 판사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그 순간을 본 목격자와 범행 사실이 명확히 촬영된 CCTV가 있다면 문제는 비교적 쉽게 풀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판사의 고민은 깊어진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글에 대한 청원동의 인원이 10일 오후 25만명을 넘었다. 남편이 억울하게 성추행범으로 몰려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는 호소다. 논란이 증폭되자 사건을 맡았던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김동욱 판사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강제추행죄에 초범을 법정 구속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한 변호사는 “강제추행에서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법정에서의 태도가 양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법연감에 따르면 강간 및 강제추행죄의 유기징역 선고율은 20%대다. 강간죄가 포함된 통계이므로 강제추행에 대한 실형 선고 비율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상습성이 없는데 강제추행에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진심으로 억울한 피고인이 있을 수 있는데 반성하지 않는다고 양형을 높이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논란의 근본 원인은 당사자 진술이 주요 증거가 되는 성범죄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객관적 물증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위증·무고의 동기가 없다면 이를 신뢰한다는 게 성범죄 사건 재판의 원칙이다. 김 판사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점, 피해자가 다수의 남성 앞에서 곧바로 항의한 정황, CCTV 영상 등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한 성폭력 전담 법관은 “법원은 과거에 비해 빠르게 성적 감수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법조계 인사는 여론몰이 식으로 사태가 진행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우려를 제기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여론재판을 하자고 할 수도 없고 이는 바람직하지도 않다”면서 “항소심과 상고심이 신중히 판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동료들을 증인으로 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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