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법관이 되겠다는 이들이… 불법·탈법 일상화 기사의 사진
최고 법관이 되겠다고 국회 문턱에 선 후보자들이 과거의 ‘위장’ 전력이 드러나 질타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위장전입, 위장 부동산 거래(다운계약서 작성) 등은 이제 인사청문회의 통과의례라 할 정도로 다반사가 됐고, 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 후보자들은 “송구하다”는 말로 청문회 관문을 지나려 한다.

10일 열린 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역시 자녀 위장전입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충남 논산에서 근무하던 2001년 12월 부인과 장남만 서울 종로구 주택으로 주소지를 옮겼고, 대전에 살던 2005년 12월에는 온 가족이 서울 양천구로 전입신고를 했다. 그는 “자녀의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것이었다”며 위장전입을 시인했다. 그는 “제가 몰랐던 부분도 있고 제 처가 했던 부분이긴 하지만 잘 살피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부인의 위장취업 의혹도 집중적으로 추궁 당했다. 야당은 김 후보자의 부인이 가족회사인 경북 구미의 포장재 업체에 이사로 이름을 올려 2013년부터 5년7개월 동안 급여 3억8000여만원을 받아간 사실을 파고들었다. 김 후보자는 “(부인이) 장인·장모의 비서 업무를 주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부인 출퇴근 기록 등 해당 업체의 근태 관련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이날 동시에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아파트 매매 때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일로 공세를 받았다. 1998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를 5억300만원에 사고도 세무서에는 3억1000만원만 신고했다는 내용이다. 이 후보자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관행에 따랐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2015∼2016년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기존 직장인 법무법인 덕수에도 적을 두고 월급을 받았다는 ‘겸직금지’ 위반 의혹도 제기됐다. 2000∼2015년 주정차위반 과태료 미납, 지방세 체납 등으로 4차례 소유 차량이 압류됐던 이력도 확인됐다.

11일 청문회가 열리는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또한 2007년까지 자녀 진학 등을 이유로 7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서면답변서에서 “엄마의 조급한 마음에 그랬다. 송구하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2001년 12월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를 4억6200만원에 매입하면서 계약서에는 1억8100만원으로 기재한 사실도 시인했다.

김 후보자와 이은애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례는 현 정부가 지난해 11월 밝힌 고위 공직자 인사배제 원칙(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 또는 자녀 학교 배정 관련 위장전입이 2건 이상일 때)에도 어긋난다.

더구나 헌법재판관은 최고의 실정법 규범인 헌법과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지 최종적 판단을 내리는 파수꾼으로서 보다 엄격한 도덕성과 법 수호 의지가 요구된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김선수·노정희 대법관 후보자가 다운계약서 작성, 위장전입 이력에 대한 해명과 사과에 진땀을 빼야 했다.

이런 최고 법관 후보자들이 보이는 ‘위장의 일상화’는 법치(法治)의 신뢰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처벌 가능 여부를 떠나 탈법과 불법의 영역이기도 하다. 위장전입의 경우 주민등록법 위반 사안으로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위장취업은 횡령, 다운계약서 작성은 탈세 혐의와 연결될 수 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헌법재판관, 대법관들의 도덕적 결함은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사법부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지호일 김성훈 심우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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