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나이 수업’] 치매는 무엇보다 상식이 필요하다

[100세 시대 ‘나이 수업’] 치매는 무엇보다 상식이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일러스트=이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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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이 암과 함께 가장 두려워한다는 양대 질환 중 하나인 ‘치매’. 바로 그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을 위한 치유콘서트가 어느 토요일 오후 서울 도심의 한 건물 지하 강당에서 열렸다. 치매 가족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따뜻한 위로를 전하며 서로 마음을 다지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첫 순서인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11년간 지극 정성으로 섬긴 치매 가족의 발표에 함께 울고 웃었고, 이어서 잠시 통기타 팀의 노래를 들은 후 치매 가족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리고 ‘이제 치매는 상식!’이라고 외치며 다니는 사회복지사인 내가 나란히 앉아 객석의 질문에 답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전문의와 치매 가족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 것 같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무섭게 늘어나고 있는 치매는 예방주사나 위생교육, 혹은 환자격리 같은 방법으로 발병률을 줄이거나 퇴치가 가능한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치매에 대한 상식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치매예방법은 조기 발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기 발견과 조기 진단은 증상 악화를 지연시키고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가 평소 치매와 치매환자에 대해 상식선에서만 알고 있어도 가까운 사람의 치매 발견이 빨라질 뿐만 아니라 길을 잃고 헤매는 치매환자나 오늘도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가족들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주최자들 자신이 치매와 뇌질환 환자 가족으로 긴 세월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학졸업을 앞둔 아들은 갑자기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가 된 어머니가 곧 일어나실 거라 믿으며 돌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간병의 세월은 결국 20년을 채웠고 어머니는 지난해 가을 아들의 표현대로 이 세상에서 졸업해 떠나가셨다. 또 다른 아들은 치매 진단을 받고 급속히 악화돼 2년 만에 자리에 눕고 만 어머니를 가족들과 함께 11년간 집에서 돌봐드렸다. 이 어머니는 지난해 봄 세상을 떠나셨다.

직장 신우회에서 만나 오래도록 우정을 나눠온 동갑내기 두 사람은 치매와 뇌질환 환자 가족들에게 필요한 상담과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 소개 등 맞춤형 돌봄 컨설팅을 하는 소셜벤처를 창업했고, 그 첫 사업으로 팟캐스트 제작과 치매가족 치유콘서트에 나선 것이다. 오랜 어머니 간호와 간병을 통해 아들들은 또 다른 삶의 방법을 배웠고, 자신들의 아픈 경험을 버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돕기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 아무쪼록 이들의 선한 시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에는 처녀가 춤을 추며 기뻐하고, 젊은이와 노인들이 함께 즐거워할 것이다. 내가 그들의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어 놓고, 그들을 위로하여 주겠다. 그들이 근심에서 벗어나서 기뻐할 것이다.”(새번역, 예레미야 31:13)

치매 기본상식 세 가지

하나, 가족이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이상한 것이다! 가족 중의 누군가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곧바로 긴장하고 세심한 관찰에 들어가야 한다. 나이 탓이라며 웃어넘기기만 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 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이 중요하다. 이런 순간들을 무시하며 넘기다 보면 치매증세가 눈앞에서 가려져 보이지 않고, 병이 깊어진 다음 뒤늦게 후회하며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둘, 정확한 진단이 먼저다. 치매는 뇌의 병이기 때문에 의사 소견이 나오게 되어 있다. 치매의 종류는 100가지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원인 질환을 제거해 치료하거나 적합한 약물을 사용해 증세를 완화 또는 지연시킬 수 있다. 가까운 치매안심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셋, ‘병’이 아닌 ‘사람’을 보자. 아무리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해도 환자는 지금 이 시간에도 치매와 함께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중이다. 병만 보느라 사람을 잊지는 말자. 치매환자는 사람이지 병 그 자체가 아니다. 치매에 걸려도 안심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를 위한 일이다.

유경 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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