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우 칼럼] 황의조의 경우 기사의 사진
어느 조직이나 단체에서 공동 목표를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실현하기 위해선
가치와 철학의 공유가 필수
박근혜정부에선 박근혜 사람이, 문재인정부에선 문재인 사람이
중용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


그제 이석태·김기영 후보자를 시작으로 최근 새로 지명된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다음 주까지 잇달아 열린다.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헌법재판관 후보자까지 포함해 총 11번의 청문회다. 이들 가운데 몇 명이 청문회 문턱을 넘어 살아남을지 당사자는 물론 임명권자 및 추천권자 심정은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의 그것일 것이다.

적재적소. 이보다 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잘 설명한 단어가 있을까.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쓴다면 불만이 생길 소지가 없을 듯도 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100% 만족시키지 못하는 게 인사다. 자리는 한정돼 있고 하고자 하는 이는 넘쳐나니 이런저런 말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사권자가 적임이라고 판단한 공직 후보들이 제3자적 시각에선 부적절한 경우가 허다했다. 기준과 관점이 달라서다.

문재인정부는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의 경우 공직에서 배제하는 5대 인사원칙을 제시하는 등 나름대로 이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청문회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불편하다. 이번 역시 흠결 없는 후보자를 찾기 어렵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예외 없이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은 단골메뉴가 된 지 오래다. 얼마나 심하면 집권 1년이 안 돼 위장전입의 경우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 논문표절은 2007년 2월 이후로 기준을 완화했을까. 이와 동시에 굳이 필요 없는 ‘10년 이내 음주운전 2회 이상’ ‘1996년 7월 이후 처벌 또는 상습 성범죄’ 기준을 추가했다. 이런 전력이 있으면 여론의 압력에 청문회에 서기도 전에 낙마할 가능성이 십중팔구여서다.

청문회 제도가 안착하면서 공직 인선 기준과 원칙이 제도 도입 이전과 비교해 엄격해진 건 분명하다. 청문회에 서는 게 겁나 공직을 포기한 인사들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깜냥이 안 되는 기준 미달의 인사를 걸러내는 효과, 청문회 제도의 가장 큰 성과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20년 가까이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 공직 인선 기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그걸 정리한 게 문재인정부 ‘7대 인사원칙’이다. 야권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걸 보면 묵시적 합의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야당은 여기에 원칙 하나를 더했다. 코드인사 배제다. 코드의 다른 말은 가치다. 철학이다. 코드인사는 인사권자와 코드가 맞는 이들을 발탁하는 것을 일컫는 것일 텐데 왜 문제가 되는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조직이나 단체는 공동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 아주 규모가 작은 친목모임에서도 회장이 새로 뽑히면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회원을 총무로 앉히기 마련이다. 이것이 인사의 기본이다. 공동의 목표를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치와 철학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정권을 잡으려는 이유가 뭔가. 자신들이 내세운 양보할 수 없는 가치와 철학을 국정에 펼치기 위함이다. 그러면 답은 자명하다. 굳이 미국의 사례를 들 필요 없이 이명박정부에선 이명박 사람들이, 박근혜정부에선 박근혜 사람들이, 문재인정부에선 문재인 사람들이 중용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코드인사를 비판하는 야당 또한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능력과 자질, 도덕성 측면에서 국민 눈높이에 미흡하다면 낙마가 마땅하다. 하지만 다른 조건은 흠잡을 데가 없는데 단지 코드가 같다는 이유로 공직에 부적합하다는 논리는 억지춘향에 가깝다. 제 얼굴에 침 뱉는 것이기도 하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를 선발할 때 말들이 많았었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우 황의조 선수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학범 대표팀 감독이 애제자 황 선수를 발탁하자 ‘인맥축구’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김 감독은 황 선수 실력을 믿었지만 여론은 그렇지 않았다. 황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하며 팀을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이끌자 이번엔 “왜 이렇게 훌륭한 선수를 러시아월드컵에 내보내지 않았느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김 감독과 황 선수에 대한 평가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모든 논란을 잠재운 건 황 선수의 실력이었다. 김 감독이 ‘인맥축구’ 비판에 굴복해 황 선수를 발탁하지 않았다면 대표팀 성적이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대략 7000개 안팎이라고 한다. 물론 모두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자리가 이렇게 많으니 곳곳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낙하산 자체에 있지 않다. 능력도, 자질도 안 되는 사람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는 게 문제다. 국회 인사 검증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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