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출산이 축복인 사회 기사의 사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출산주도성장’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출산을 국가 성장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인식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출산과 육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자는 취지까지 싸잡아 비난할 건 아닌 것 같다. 신생아 1인당 출산장려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하고 20년간 매월 33만원씩 총 1억원을 지원하자는 제안인데 실행된다면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언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하는 건 김 원내대표의 몫이다.

저출산이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회 문제라는 데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1970년대엔 한 해 신생아 수가 100만명을 넘었는데 2000년대에는 40만명대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35만명대로 쪼그라들었다. 흐름을 되돌리지 못하면 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급감해 국가는 활력을 잃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0∼40대 직장 여성 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상적인 자녀 수로 2명 이상을 꼽은 응답자가 82.5%나 됐다. 그런데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자녀 수로는 평균 1.2명을 꼽았다. 아이를 2명 이상 낳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된다는 걸 토로한 것이다. 그들은 현실적 제약으로 소득 및 고용 불안, 사교육비 부담, 일·생활의 양립이 어려운 업무 환경, 주거비 및 보육 부담 등을 들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부모에게 지나치게 쏠리는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건 요원하다. 출산이 여성과 가정에도 축복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동수당과 교육비 지원을 늘리고 질 좋은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등 보육 인프라를 꾸준히 개선하는 건 기본이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복귀해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직장 문화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가 이런 문화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제도와 재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난여름 딸을 낳은 저신다 아던(38) 뉴질랜드 총리가 유급 출산휴가를 6주간 다녀왔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런 일이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라면 출산율 걱정은 접어 둬도 될 것이다.

저출산이 심각한 위협인가. 정말 공감한다면 재정 지원을 확대하든, 출산과 육아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과감한 정책 전환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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