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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만 7㎏ ‘총대 가방’엔 뭐가 들었나

예장통합 총회 둘째 날 ‘이색 풍경’

무게만 7㎏ ‘총대 가방’엔 뭐가 들었나 기사의 사진
예장통합 총회 관계자들이 10일 전북 익산 이리신광교회에서 서류가방에 이름표를 채우고 있다. 익산=강민석 선임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이틀째인 11일 전북 익산 이리신광교회에 모인 2000명의 손에는 모두 똑같은 모양의 검은색 서류 가방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무게는 7㎏이 넘어 노약자들은 한 손으로 들기도 버거웠다. 가방을 아무나에게 주지도 않았다.

전국 노회에서 파송된 1464명의 목사 장로 등 총회 대의원(총대)과 해외 선교사 및 귀빈들에게만 배포되는 이 가방엔 예장통합이 추진하는 핵심 사업들이 총 열일곱 종류의 책자 형태로 담겨 있었다. 1200쪽에 달하는 ‘전화번호부 두께’ 총회 공식 보고서는 다행히(?) 빠졌다. 총회는 스마트폰을 통해 PDF 파일로 이를 보길 권한다. 대신 가방엔 총회 보고서 인쇄 이후에 발간된 예산서 공천보고서 규칙부 추가보고서와 함께 제103회 총회 주제인 ‘영적 부흥으로 민족의 동반자 되게 하소서’에 대한 해설 책자가 담겼다.

가방에는 총회가 공을 들여 만든 ‘교회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국민일보 9월 4일자 26면 참조) ‘동성애에 관한 총회의 입장’(7월 18일자 22면 참조) 등이 소책자로 압축돼 들어갔다. 노영상 백석대 교수의 ‘우리 민족과 한국교회’, 문예지 ‘광나루문학’, 종교개혁 500주년 학술지 ‘한국교회, 개혁 없이 미래 없다’도 포함됐다.

2000개 가방에 17종의 책을 넣어 준비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총회 사무국 관계자는 “이리신광교회 성도 등 50명이 지난 6일부터 참여해 컨베이어벨트처럼 두 줄로 서서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총회에서 30년 일했는데 처음 일할 때부터 검은 가방을 나눠줬다. 일종의 전통”이라고 덧붙였다.

총회 회의는 ‘만민공동회’를 연상케 할 정도로 민주적이다. 2000명 넘게 한자리에 모여 진행되는 이야기를 듣는데, 반대 발언이 있으면 빨간 팻말, 찬성은 파란 팻말, 기타는 노란 팻말을 들고 마이크 앞에 선다. 그러면 총회장이 발언권을 준다. 다들 한 ‘말씀’ 하는 목사와 장로들이어서 의사 진행은 느리지만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 룰을 지킨다.

익산=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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