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으면 되레 뜀박질” 부동산 ‘규제의 역설’ 기사의 사진
‘규제지역=유망지역’ 인식, 수도권까지 투자자 몰려
그린벨트 해제·신규 택지도 ‘로또 광풍’ 초래할 가능성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깊어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론 동향에 맞춰 산발적인 규제가 이어지면서 시장에는 내성이 생긴 터라 이번주로 예고된 대대적인 후속 대책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8·27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서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서울 동대문구의 경우 주요 단지들이 잇따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규제가 무색한 상황이다. 84㎡형 기준 답십리 래미안위브는 8억9000만원으로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고, 회기 힐스테이트는 상반기 6억원이던 매매가가 1억원 가까이 치솟았다.

나머지 추가 투기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8·27 대책 직전 0.25에서 0.29로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됐다. 중구(0.35→0.34)와 동작구(0.65→0.60)도 가격 상승세는 주춤했지만 실거래가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가운데 매물이 실종돼 거래 자체가 말라버렸다. 이는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정책 효과에 대한 시장의 학습효과가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규제 지역=집값 추가 상승’이라는 시장 인식이 확산되면서 규제 지역이 일종의 ‘공인 투자처’로 전락해버린 상태다. 동대문구 지역 공인중개업자는 “투기지역 지정 후 투자 목적 문의가 오히려 크게 늘었다”며 “실수요자들만 거래절벽에 내몰리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추가 상승을 우려한 실수요자들이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비(非)강남 주거지역 집값도 계속 뛰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지역까지 상승세가 확산되고 이 같은 투자심리가 다시 강남벨트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똘똘한 한 채’ 수혜지로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검토하고 있는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8곳에서는 땅 투기가 진행 중이다. 택지지구 조성 후보지로 지목된 경기도 과천 선바위역 일대와 의왕 월곶판교선 청계역 일대, 안산 반월역 주변, 광명 소하동과 노온사동 일대 등은 토지 매입 문의가 빗발치면서 호가만 뛰고 있다. 해당 지역이 실제 대책에 포함될 경우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는 희석되고 사업비 증가와 투기세 확대에 시장만 들썩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공개될 그린벨트 해제, 택지 공급과 관련해 정부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린벨트가 해제되더라도 일부 당첨자들에게만 ‘분양 로또’를 안겨주는 결과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디서, 언제, 어떻게 공급할지 원칙을 세우고 서울 내 공급이 여의치 않을 경우 수요 분산도 고려해봐야 한다. 강남의 경우 영구임대주택으로 가야 로또가 안 된다”며 “중장기적 관점의 정책을 펴야지 단기간에 잡겠다고 하면 집값이 춤을 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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