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판사의 대담한 증거인멸, 법원과 교감 있었나 기사의 사진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가 11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자신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서약서 내고 버젓이 문건 없애 법원측 묵인 또는 지시 있었나
파기한 날 언제인지도 확인해야… 행정처는 첫 통화 시점 말 바꿔
대법, 위헌법률심판 관련 개입 의혹


대법원 기밀 문건 파일 수만건을 불법 반출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변호사)이 증거인멸 과정에 법원이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 전 연구관이 서약서를 쓴 뒤에도 버젓이 문건 파일을 없앴다고 밝힌 점, 법원행정처가 문건 파일 확보를 위해 10일 유 전 연구관과 첫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가 지난 7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뒤늦게 시인한 점 등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증거인멸 과정에서 행정처와 유 전 연구관 측이 교감을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유 전 연구관이 ‘증거인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검찰에 제출한 뒤 마음을 바꿔 지난 6일 문건 파일을 없앤 비상식적 행동의 배경에 행정처 또는 법원 측의 암묵적인 묵인 또는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증거인멸에 연루된 인사들을 모두 추적해 반드시 사법처리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행정처가 ‘거짓 발표’를 한 사실도 법원 측과 유 전 연구관의 ‘교감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행정처는 전날 “10일 유 전 연구관에게 전화해 반출한 기밀 자료 목록을 제출할 수 있는지 처음으로 문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유 전 연구관은 9일 검찰 조사에서 “지난 7일 행정처 윤리감사제1심의관과 통화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유 전 연구관이 반출한 대법원 기밀 문건 파일의 반납 절차를 상의했다고 한다.

행정처 관계자는 11일 “지난 7일 첫 통화가 있었다”고 뒤늦게 시인하면서도 “당시 유 전 연구관이 하드디스크를 버렸다는 등 증거인멸과 관련된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는 이미 증거인멸이 이뤄진 뒤여서 행정처의 설명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전 연구관은 9일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도 증거인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실제 증거인멸이 행정처와 유 전 연구관의 7일 통화 이후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할 방침이다. 유 전 연구관이 여전히 문건 파일을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12일 유 전 연구관을 소환 조사한다.

유 전 연구관과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와의 관계도 의심을 받고 있다. 박 부장판사는 유 전 연구관에 대한 검찰의 세 번째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판사다. 그는 2014년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으로 일할 때 재판연구관실에서 함께 근무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인연으로 박 부장판사가 유 전 연구관을 보호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양승태 대법원’ 최고위급의 지시를 받은 행정처 간부가 2015년 일선 지방법원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번복하게 한 정황을 포착해 검찰이 수사 중이다.

일선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한정위헌 여부를 묻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했으나 당시 재판장은 행정처의 지시에 따라 이를 단순 위헌 여부를 묻는 제청 결정으로 번복했다. 당시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법률 해석을 문제 삼는 한정위헌 결정을 하는데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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