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법] 잘난 척 제대로 하는 법 기사의 사진
사법연수원이 단연 최고였다. 유치원부터 박사과정까지 모든 교육제도를 경험했지만, 최고의 교육기관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사법연수원이다. 어릴 적부터 공부로는 남에게 절대 기죽은 적 없는 연수생들. 법원과 검찰 내 최고 엘리트 중에서 선발된 교수진. 이런 사제지간이 평생 같은 법조인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서로 존중하면서 공존한다.

로스쿨이 도입되고 사법시험이 폐지됐다. 이제 사법연수원은 법관교육으로 그 기능이 축소돼 운영된다. 사법연수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좋은 대우나 급여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니다. 바로 스승과 제자가 도제식 교육을 하면서 법조윤리까지 자연스럽게 배우던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이제 법조인 양성을 담당할 로스쿨에서도 꼭 도입돼야 할 교육법이다.

사법연수원에서 배운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재판 실무나 법률이 아니었다. 술자리에서 지도교수께서 잘난 척을 하려면 이렇게 하라면서 들려주신 말씀이었다. “야! 그 친구 정말 달리기 잘하더라. 내가 온 힘을 다해서 달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바로 내 뒤에 쫓아오더라.” 우리는 그날 겸손하게 잘난 척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잘난 척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위 사람을 낮춰 자신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낮춰진 주위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기 딱 좋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법원이나 검찰의 고위직으로 간 사람들 중에 간혹 이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고 주위 사람들을 깔아뭉개다가 결국 자신도 쇠고랑을 찬 경우가 많다. 다른 하나는 주위 사람을 높여 자신도 함께 높아지는 방법이다. 바로 사법연수원 지도교수께서 가르쳐주신, 주위에 사람도 얻으면서 자신도 인정받게 되는 잘난 척 제대로 하는 법이다.

얼마 전 사법시험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사법연수원 출신 젊은 변호사들 중 일부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근거 없이 비난한 적이 있었다. 금수저니, 음서제니 하면서 실력이 없다고 비난한 것이다. 그 결과 법조유사직역에서 변호사들이 실력이 없다고 공격하는 근거로 악용되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경험을 쌓은 뒤 법률 지식으로 무장한, 어떻게 보면 가장 경쟁력 있는 변호사들이다. 조금만 멀리 보고 따뜻하게 안아주며 그들의 장점을 칭찬했더라면 변호사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엉뚱한 곳에서 듣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법원에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권 남용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계속 기각했다. 영장발부가 지연되는 동안 중요한 증거들이 인멸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누가 잘못했느냐를 떠나서 법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은 원칙이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나온다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법원이 “우리는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믿고 원칙대로 영장을 발부해 주었을 뿐이다. 검찰을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검찰을 칭찬했다면 법원이야말로 제대로 잘난 척하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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