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시대의 크리스천,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국민일보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SNS시대 신앙생활 물었더니…

‘카·페·인’ 시대의 크리스천,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기사의 사진
삽화=이혜지, 게티이미지
‘카페인 전성시대’다. 커피나 초콜릿에 들어 있는 각성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없이는 단 한순간도 살 수 없는 시대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누구나 스마트폰만 쥐면 SNS를 타고 세상 곳곳과 연결되는 시대, 평생 갈 일이 없는 먼 곳에 사는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순식간에 사이버 친구가 될 수 있는 신세계다.

교회도 카페인 시대의 높고 거센 파고를 피할 수 없다. 목회자는 물론 일반 성도들은 카페인으로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사용자는 많지만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지난 4일부터 이틀간 미션라이프 페이스북을 통해 ‘카페인으로 신앙생활이 이전보다 행복해졌는지 아니면 불편해졌는지’를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물었다. 갖가지 사연이 쏟아졌다. 슬기롭게 이용해 더 은혜를 받고 행복해졌다는 글이 많았다. 그러나 가짜뉴스나 기독교 폄하로 SNS를 끊고 싶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심지어 SNS에 중독된 성도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는 목회자의 호소까지 나왔다.

“카페인 있어서 더 은혜롭고 행복” SNS 좋아요

거동이 불편한 크리스천에게 카페인은 이전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신앙생활을 가능케 해준 고마운 신문물이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김윤성씨는 카페인을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독교 라디오 방송이 잘 잡히지 않는 곳에 살아 하나님 말씀을 접하기 어려웠는데 SNS가 성령의 갈급함을 채워준다며 감사했다. 김씨는 “부흥회나 기도하는 곳에 참석하기 어려워 성도들과 교제하기도, 은혜를 나누기도 어려운 처지였다”면서 “하지만 기독교 매체의 SNS를 접하면서 찬양도 마음껏 듣고 크리스천 페친을 많이 알게 됐다. 먼 나라로 떠난 선교사들의 소식도 듣고 다양한 크리스천과 교제하며 그들과 기도를 나눌 수도 있어 매일 감동받고 있다”고 적었다.

카페인으로 회사생활이 더 행복해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재인씨는 “주로 회사에서는 SNS를 통해 찬양을 들으며 업무를 본다”고 했다. 카카오톡으로 아침마다 지인들과 좋은 말씀을 주고받는다는 페친도 많았다. 목회자인 홍광석씨는 “주중에는 주로 말씀톡을 보내며 은혜를 많이 나눈다”면서 “보통 말씀톡을 보내면 진보니 보수니 갈려 논란이 생긴다고 하는데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자기 성찰을 위해 조심조심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카페인에 중독되지 않으려고 기발한 방법을 개발한 페친도 있었다. 박희영씨는 “카페인 계정을 두 개 만들어서 하나는 일상을 올리고 하나는 책을 읽은 뒤 서평을 남기는 용도로 쓰는 등 일종의 ‘독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책을 읽고 글을 남긴다 생각하니 더 집중해서 독서를 하게 되고 더 많이 읽게 된다. 또 카페인으로 다른 사람들과 많이 만나기도 하고 그들과 삶을 나누며 더 친밀해졌다. 크리스천 친구를 많이 알게 되니 신앙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썼다.

연배가 있는 페친들은 같은 교회 성도들끼리 단톡방(카카오톡 단체방)을 꾸려 찬양이나 설교를 나눴다. 이지형씨는 “유익하게만 사용한다면 카페인으로 더욱 풍성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젊은 페친들은 미션 캘리그래피나 성경 일러스트, 미션 카툰 등을 접하는 주요 통로로 카페인을 이용한다고 했다.

최유진씨는 “미션 캘리나 일러스트를 그리는 분들의 SNS를 팔로하면서 그들의 작품을 자주 찾아보고 있다”면서 “교회 청소년부 주보를 만들 때도 그림묵상을 넣을 때가 많은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적었다.

“가짜뉴스에 기독교 폄하까지” SNS 싫어요

카페인 덕분에 신앙생활이 윤택해졌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삶이 더 공허해지고 우울해져 신앙생활이 불편해졌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SNS에 넘쳐나는 가짜뉴스와 이단들의 홍보, 기독교를 향한 막무가내식 비판에 지쳐 신앙생활에 염증을 느낀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김인용씨는 “SNS에 접속하면 기독교라는 말보다 ‘개독교’라며 폄하하는 말을 더 자주 접하게 돼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면서 “내 주위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려고 밤낮으로 기도를 드리거나 자원봉사에 앞장서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의 선행이나 헌신보다는 극소수 목회자나 성도들의 비행을 전부인 양 생각하고 비판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SNS를 보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친구의 ‘페북 따돌림’에 큰 상처를 입은 여고생 크리스천의 사연도 접수됐다. 김모양은 “중학생 때 친구들에게 내 이상형은 신앙심 깊은 사람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OO 이상형이 교회오빠래 ㅋㅋ’라고 비웃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몇몇 다른 친구들이 함께 낄낄거려서 며칠 동안 결석했고 학교폭력 사태로까지 이어져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지금은 친구들과 SNS를 전혀 하지 않고 성경 말씀을 전하는 SNS 매체만 간간이 찾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한 목회자는 성도들의 카페인 중독으로 주일예배 때 화를 낸 적이 있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의 교회에서 사역하는 이 목회자는 “설교 내내 찬양대원이 스마트폰에서 눈과 손을 떼지 못하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설교 도중 쓴소리를 내뱉었다”면서 “성도들의 카페인 중독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아 고민”이라고 전했다.

우울증이나 공허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일상을 볼 때면 함께 즐거워지기는커녕 도리어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는 고백이었다. 이용진씨는 “같은 교회 성도의 행복한 일상을 볼 때마다 시기심이 들어 괴롭다”면서 “몇 년간 SNS를 열심히 했는데 신앙생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제 SNS는 버리고 내 삶에만 집중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카페인에서 횡행하는 가짜뉴스와 이단들의 교묘한 포교활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수영씨는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기독교 관련 영상을 검색하면 이단들의 엉터리 홍보 영상이 우르르 쏟아진다”면서 “이단 신도들이 조직적으로 영상 띄우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카페인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이단 영상을 자주 접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카페인을 ‘양날의 검’에 비유했다. 최첨단 문명으로 현대인의 삶에 이로움을 가져다주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카페인은 이미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도구가 됐다”면서 “쓰느냐 안 쓰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떻게 슬기롭게 쓰느냐에 초점을 맞추되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절대적 가치를 부여해선 안 된다. 크리스천이라면 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잘 분별하는 지혜를 갖추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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