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당번을 가는(바꾸는) 번갈다(‘번갈아’) 기사의 사진
①“추석에 고향 가는 길이 막혀 힘들면 아내와 번갈아 운전하세요.” ②“장난감들을 번갈아 만져보며 좋아하는 녀석.” ③“뭔가 수상했는지 경찰이 사내 둘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잡아갔다.”

주로 ‘번갈아’로 쓰이는 ‘번(番)갈다’의 용례입니다. ①은 일정한 시간 동안 한 사람씩 차례를 바꾸다, ②는 일정한 시간 동안 어떤 행동이 되풀이돼 미치는 대상들의 차례를 바꾸다, ③은 잠시 동안 하나씩 차례로 상대하다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番은 ‘둘째 번’처럼 차례를 나타내는 말로, ‘여러 번’같이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1학년 2반 3번’ ‘4번 출구’처럼 어디에 속한 사람이나 사물의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로 쓰이지요.

番은 밭(田, 전)에 짐승 발자국이 어지러이 찍힌 모습을 본뜬 글자입니다. 놈이 어디로 들어와 어디로 나갔는지, 발자국이 몇 개인지 등을 알 수 있다 해서 차례, 횟수 등을 의미하게 됐지요. 또 짐승이 들어가 밭을 엉망으로 만들지 못하게 지킨다는 뜻에서 경비를 서다(번을 서다)의 의미로 쓰임이 넓어졌습니다. ‘번갈아’가 이 번을 가는(교대하는) 것입니다. 番은 일을 책임지고 돌보는 當番(당번), 군 내무반 같은 데서 밤에 자지 않고 동료들을 살피는 不寢番(불침번) 등에 들었습니다.

갖은 구실과 핑계를 대면서 불법, 편법으로 병역을 피하는 멀쩡한 자들이 허다(許多)한데, 지난밤에도 임무지에서 우리들을 위해 기꺼이 번을 섰을 장병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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