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쉬운 병역 혜택’ 사과했지만 대책은 없었다 기사의 사진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12일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회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병역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프로야구에 대한 팬들의 신뢰가 추락하자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고개를 숙였다. 정 총재는 “과거의 기계적 성과 중시 관행에 매몰돼 있었다” “병역 문제와 관련된 국민정서를 반영치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4년 전인 2014 인천아시안게임 이후와 비교하면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별달리 줄어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 파문에 책임이 없지 않은 당사자가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기보다 현상을 언급하거나 면피성 발언을 하는데 그쳐 야구계 안팎의 위기의식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 총재는 12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외형의 성과만을 보여드리고 만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비판을 뼈아프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지 못했다. 실업야구 선수들로 꾸려진 한수 아래의 국가들과 경쟁한 결과였고, 일부 선수의 선발 과정에서 병역 혜택이 고려됐다는 잡음이 심했다.

정 총재는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승선이 손쉬운 병역 혜택의 수단처럼 활용돼온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는 “경기장 안은 물론 사회생활에서 최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가 진정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 총재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소개한 대책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의 ‘한국야구미래협의회’ 구성이었다. KBO와 KBSA가 각각 5명씩을 추천해 구성하는 이 회의체는 국가대표 운영시스템, 국제 경쟁력 향상, 실업야구 재건 등 구조적 문제를 두루 토의한다.

하지만 팬들의 비판이 집중된 병역 혜택 고려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개선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는 “정부가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공정한 시스템을 만든다 했으니 효율적인 방안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대안을 앞서서 제시하기보다 정부가 하는 일을 지켜만 보겠다는 입장이다.

야구계 곳곳에서는 이번 사태 이후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원의 연령을 제한하자는 등의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 총재는 자신만의 견해나 대안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 “어떻게 선발했냐고 물으면 금방 대답할 수 있는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만 했다. “선수 선발의 책임은 선동열 감독에게 있다. 선 감독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야구인이자 지도자다.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도 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정 총재는 아시안게임 이후 관중 감소 대책을 질문받자 “깜짝 놀라실 것”이라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이후와 비교한 통계를 제시했다. 그는 “평균 시청률을 비교하면 이번에는 0.21% 포인트 감소했지만, 4년 전에는 0.24% 포인트 감소했다”고 했다. 그는 “관중 숫자도 이번에는 17.1% 줄었지만 4년 전에는 22.9% 감소했다”고 말했다.

두 차례의 아시안게임 전후 상황을 비교해 보면 이번에 오히려 야구팬들의 외면이 덜하다는 취지였다. 관중과 시청률의 감소는 리그 중단 이후 자연스러운 현상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정 총재는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 야구를 보다가 2∼3주 안 보면 자연히 덜 보게 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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