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이후 프로야구 관중이 20% 가까이 줄었다.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의 입장권이 매진된 것과 대조적이다. 야구와 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축구장은 그 열기를 넘겨받았지만 야구장은 싸늘하게 식어 있다. K리그는 아시안게임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반면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반성문을 읽었다.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병역특혜 논란은 이렇게 극명한 차이를 가져왔다. 손흥민의 병역면제를 축하하는 팬들이 오지환과 박해민의 특혜는 박탈하라 말한다. 까닭은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프로야구 선수는 병역법상 지난해까지 군·경팀에 지원했어야 하는데 아시안게임 병역면제를 겨냥해 이를 포기했다. 대표팀은 배수진을 친 이들을 선발해 사실상 병역기피를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 총재는 “국위선양이란 기계적 성과 중시 관행에 매몰돼 있었음을 고백한다. 야구팬들은 공정한 경쟁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벌어졌다.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놓고 남측 선수의 기회를 박탈해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지금 한국에서 공정은 금메달의 국위선양도, 한반도 평화의 명분도 침해할 수 없는 가치가 됐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공기업의 채용비리부터 인사청문회장에서 드러나는 공직자의 관행적 일탈까지 공정의 잣대를 들이댈 일이 차고 넘친다. 가장 공정해야 할 사법부마저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저성장 시대에 더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우리는 공정을 담보하는 게임의 룰에 예민해졌고, 그런 시선은 사회 구석구석의 불공정한 관행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한다.

공정에 민감한 사회가 살 만한 곳이 되려면 공정해지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한 의지가 아니라 치밀한 제도이다. 정 총재는 한국야구미래협의회를 구성해 불공정한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했다. 공정한 제도 구축이 필요한 곳은 야구만이 아닐 것이다. 중앙과 지방 정부의 중요한 자리에 있는 이들이, 사회 곳곳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정 총재의 반성문을 찬찬히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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