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발목 잡는 집값 상승, 임대료가 월 소득 30% 이상인 가구 11%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부동산시장의 안정은 문재인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주거비 부담(주거비용)이 낮아질수록 그만큼 가계에서 쓸 수 있는 돈은 늘어난다. 임금 자체를 올려 소득을 늘리는 방식과 다르지만 ‘실질소득 증대→소비 확대→기업투자 증가’로 이어지는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노린다는 점에서 목표점이 같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벌이는 이유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꾀하는 배경에는 주거비용의 증가세가 자리 잡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의 ‘2017년 주거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집을 보유한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배수(PIR)’는 5.6배(중앙값)였다. 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5.6년을 모아야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배수는 2006년 4.2배에서 2012년 5.1배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PIR은 지난해 6.7배를 찍었다. 광역시(5.5배)나 광역도 지역(4.0배)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수치다. 소득이 오르는 속도보다 집값이 상승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의미다. 가계가 짊어져야 할 주거비 부담이 치솟은 것이다.

집을 장만하기 위한 비용이 늘어나면 각 가구의 소비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근로자의 실질임금을 올려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지점이다. 여기에다 시장의 자금이 ‘부동산 쏠림’ 현상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에 돈이 묶이면 유동성이 떨어진다. 정작 투자가 필요한 다른 산업으로 돈이 흐르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각종 정책을 동원해 집값 잡기에 나서고 있다.

그나마 전·월세를 사는 가구의 주거비용 상황은 나은 편이다. 지난해 임차가구의 월 소득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월임대료 비율·RIR)은 17.0%였다. 2006년 18.5%에서 줄었다. 통상 RIR이 30%를 넘어서면 임대료 부담이 과도하게 많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세부통계를 보면 실상은 좀 다르다. 특정 가구는 여전히 높은 임대료에 신음하고 있다. 국토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일반 가구 10곳 중 1곳(11.0%)은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로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청년 가구와 신혼부부 가구, 1인 가구에서 임대료 부담 과다가구가 많았다. 임대료 부담 과다가구만 따로 떼어내 RIR을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월 소득의 52.5%를 집세로 내고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저소득 가구는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을 소비로 지출하는 성향)이 높다. 줄어든 주거비용이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맞춤형 부동산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