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x김윤석도 응원… 10년 만에 달리는 ‘지하철 1호선’ 기사의 사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한 장면. 학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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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김윤석 장현성…. 스크린을 주 무대로 활동 중인 톱 배우들이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았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무대에 섰던 20여년 전의 어느 날처럼, 차림은 소탈했다. 과거 공연을 함께했던 관계자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 나누는 그들의 얼굴에는 편안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지하철 1호선’ 재공연 기념행사가 열린 11일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 앞. 이날 저녁 공연을 앞두고 원작 극작가 폴커 루드비히와 작곡가 비르거 하이만의 흉상 제막식이 진행됐다. 김민기 학전 대표와 함께 1994년 초연을 함께했던 설경구 김윤석이 막을 걷어 흉상을 공개했다. 제막식에 참석한 루드비히는 “내가 이런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한 것이 없고 김민기 대표가 모든 걸 다 했으니 그의 동상이 10개는 세워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 그립스(GRIPS) 극단의 작품 ‘Linie 1’을 김 대표가 한국적 상황에 맞게 번안해 무대에 올린 ‘지하철 1호선’은 국내 공연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94년부터 2008년까지 15년간 4000회 공연돼 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조승우 등 스타들을 대거 배출하기도 했다.

‘지하철 1호선’은 중국 옌볜에서 온 조선족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20세기 말 한국사회의 단상을 다룬다. 실직 가장, 가출 소녀, 자해 공갈범, 지하철 잡상인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진다. 우리 주변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초창기에는 매년 시대상에 따라 각색이 이뤄졌으나 2000년대부터는 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11월로 시간적 배경이 고정됐다. ‘입시 지옥’이자 ‘취직 지옥’인 서울, 여성들이 살기 팍팍한 현실, 꿈을 좇기 어려운 사회. 이번 재공연에서도 이전과 거의 같은 내용이 다뤄지는데, 현시대에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음악에는 상당 부분 변화를 줬다.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환송행사 ‘하나의 봄’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정재일이 편곡을 진행했다. 라이브 반주를 담당하는 밴드도 기존 5인조에서 6인조로 재구성됐다. 11명의 출연진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85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신인 배우들이 1인 다역을 소화해냈다.

내내 박수치고 환호하며 공연을 관람한 설경구는 “11명의 배우가 100개에 가까운 역할을 소화하는 점이 매력적이지 않나. 무엇보다 ‘김민기’라는 존재 자체가 이 공연의 매력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게스트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지금 무대에 서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능력이 안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윤석은 “후배들이 너무 잘해줘 대견스럽고 고마웠다”면서 “10년 만에 재공연이 됐는데, 통일이 되고 나서도 ‘지하철 1호선’은 계속했으면 좋겠다. 그때는 평양 버전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오는 12월쯤 특별 게스트로 참여할 예정인 장현성은 “너무 옛날이야기라고 생각될까 봐 걱정했는데 오늘 공연을 보니 시대에 관계없이 고단하고 쓸쓸한 사람들에 대한 격려와 위로가 담긴 이야기더라. 요즘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하실 것 같다”고 했다. 오는 12월 30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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