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구조적 문제 짚은 ‘라이프’, 후반부 가서야 응집력 기사의 사진
드라마 ‘라이프’에서 압도적인 화면 장악력을 선보이며 진가를 재확인한 배우 조승우(왼쪽). 드라마 캡처
JTBC의 16부작 월화드라마 ‘라이프’가 11일 5.6%(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전작 ‘비밀의 숲’에서 촘촘하고 세밀한 인물과 배경 설정, 스토리 전개로 마니아층의 지지를 얻었던 이수연 작가의 차기작인 ‘라이프’는 방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조승우 문소리 문성근 유재명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의 포진도 기대를 더했다. 드라마 종영 후 긍정적 평가와 아쉬움 섞인 비판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라이프’가 갖는 메시지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윤석진 드라마 평론가는 “작가의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한국 의료계의 현실과 자본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잘 포착했다”고 평했다. ‘비밀의 숲’에서 검찰 조직을 낱낱이 해부해 사회 시스템을 고발하는 데까지 나아간 작가의 능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라이프’는 대기업인 화정그룹이 상국대학병원을 인수·경영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렸다. 의학드라마지만 촌각을 다투는 생사의 문제나 의사들 간 권력 다툼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빈자리를 채운 건 한국 의료계의 현실과 밀접히 닿아 있는 병원에 대한 기업식 구조조정과 의료민영화, 성과급제 등의 문제이며, 그걸 바라보는 작가의 문제의식이다.

실제 극 중에서 신임 사장이 된 구승효(조승우)가 제일 먼저 추진한 과제는 적자를 내는 3개과를 지방 의료원으로 파견하는 일이었다. 자본논리로 무장한 구 사장과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을 지키려는 의사들 사이의 대립은 시청자들이 의료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계적인 선악 구도를 벗어나 병원 내부의 비리를 둘러싼 의사들의 폐쇄적인 문화와 이기적 모습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이를 통해 인간 군상을 풍성하게 표현해냈다는 점도 흥미를 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극 초반부가 응집력 있게 그려지지 못했다는 지적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드라마는 사망한 병원장 이보훈(천호진)과 형제 예진우(이동욱)·예선우(이규형) 가족 등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계속 교차해가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호흡이 느리게 느껴지고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윤 평론가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중심 서사가 있었다면 몰입하기 더 수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이노을(원진아)과 사장 구승효의 갑작스러운 로맨스 관계도 몰입을 방해한 부분 중 하나다. 이노을은 구승효가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한 중요한 인물이다. 하지만 동업 의식이나 가치의 공유보다 둘이 느끼는 감정적인 부분이 더 부각되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다. 신주진 드라마평론가는 “현실성이 부족한 둘의 관계가 로맨스로 비치면서 현실적 성격이 강한 드라마 내용과 충돌을 일으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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