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속사정 기사의 사진
지난 5월 서울 영등포구청역 인근에는 ‘영등포 이미지에 먹칠하는 5평짜리 임대아파트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중·고등학교에선 ‘휴거’ ‘임거’라는 신조어로 동급생을 구분하고 있다. 휴거는 임대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거지’, 임거는 ‘임대아파트’와 거지를 합성한 단어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 임대주택이 지역 주민들에게 집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낙인찍히면서 기피 대상이 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 같은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 현상은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가 임박하자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거론되는 지역의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으로 반대 행동에 나섰다. 12일 송파구청 홈페이지에는 최근 방이동 생태습지와 주변 그린벨트 개발에 반대한다는 글이 5000여건 올라왔다. 서초구청 게시판도 다를 바 없었다.

주민들이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환경단체와 비슷했다. 송파구 한 주민은 “미세먼지와 각종 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아파트 건설이 웬말이냐”고 했고 서초구 주민은 “주택공급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재건축은 환경훼손이라는 이유로 규제하면서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를 짓는다는 건 모순”이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들이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집값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과거 그린벨트 해제 부작용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분양보다는 공공 임대주택 물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2011년 당시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 강남구 자곡동과 세곡동 일대에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했으나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크게 낮아 일명 ‘분양 로또’로 불렸다.

그러나 공공 임대주택 때문에 주변 땅값이 하락했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SH도시연구원이 지난해 6월 공개한 ‘서울의 임대주택이 주변 지역의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이후 공급된 서울 지역 임대주택(재개발임대·국민임대·장기전세) 주변 아파트의 1년 실거래가(2015년 7월∼2016년 6월)를 분석한 결과 임대주택 반경 500m 이내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7.3% 상승했고 250m 이내 아파트는 평균 8.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벨트 해제 정책에 맞서 “공공 임대주택 집중”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통계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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