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것질 참으며 후원해온 멕시코 친구가 학교에 왔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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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이 주최하는 ‘2018 호프컵’에 참가한 멕시코 청소년들이 12일 서울 강북구 신일고등학교에서 한국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아대책 제공
“두 유 노 치차리토(멕시코 축구대표팀 간판 공격수)?” “아이 엠 코리안 메시(웃음).”

12일 서울 강북구 신일고등학교 운동장. 한국 학생들과 멕시코 청소년들이 처음 만나 나눈 대화의 일부다. 이날 멕시코 청소년 12명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이 주최한 청소년 축구대회 ‘호프컵’을 앞두고 신일고를 방문했다. 12∼18세로 구성된 이들은 멕시코 칸쿤 외곽의 쿠나마야 마을에서 비행기로 17시간 걸려 서울에 왔다.

신일고는 2012년 5월부터 33개 모든 학급이 아동 한 명씩을 후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후원한 금액만 8000만원이 넘었다. 신병철 교장은 “학생 한 명이 한 달에 1000원씩 모아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며 “현재 총 17개국 아이들을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처음 만난 두 나라 청소년들은 손짓과 발짓을 동원해 대화를 시도했다. 한국 학생 2명과 멕시코 청소년 2명이 한 조가 돼 함께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처음엔 팔짱을 끼며 어색해하던 학생들은 어느새 ‘좋아하는 축구선수가 누구냐’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 두 나라의 경기를 기억하는지’ 등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특별한 인연도 있었다. 2학년 6반 33명 학생들이 지난 3월부터 후원하고 있던 알베르토 루이스(12)군과의 만남이었다. 6반 학생들은 ‘루이스를 만나보자’며 소강당으로 몰려들었다. 이태경(18)군은 “군것질 한 번 참는 돈으로 후원했던 친구가 직접 학교로 왔다는 얘기를 듣고 꼭 만나고 싶었다”고 했다. 한준수(18)군도 “루이스가 보낸 거북이 사진이 담긴 액자 선물이 아직도 교실에 있다”며 루이스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점심식사가 끝난 뒤 6반 학생들은 흔쾌히 루이스와 멕시코 청소년들의 평가전 상대가 됐다. 학생들은 형광 조끼를 입고 멕시코 청소년들과 함께 미니 축구게임을 했다. 한 번도 호흡을 맞춰보진 않았지만 15분 만에 세 골을 주고받는 난전이 펼쳐졌다. 골을 넣은 뒤 한 멕시코 청소년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의 골 세리머니를 따라하는 장면에서는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스탠드에서 경기를 구경하던 학생들도 ‘비바 멕시코’(멕시코 이겨라)를 외치며 응원했다. “경기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해 줄 말을 찾아보자”며 자동번역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반 친구들과 함께 응원하던 이현복(18)군은 “호프컵 전야제 때 반에서 11명만 멕시코 아이들을 만나러 가 아쉬웠다”며 “이렇게 루이스를 만나고 나니 내가 한 아이를 돕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며 웃었다.

멕시코 청소년들은 13일부터 본격적인 호프컵 대회 일정에 돌입한다. 12개국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는 이번 대회는 15일 결승전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글·사진=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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