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당일 자료요구 의결… 헌재 수장 ‘벼락치기 검증’ 기사의 사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유 후보자는 대체복무제 도입 관련 질문에 현역 복무와 등가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답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12일 인사청문회는 졸속, 날림 청문회가 예고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여야가 19일로 예정됐던 청문회 날짜를 돌연 1주일 앞당기면서 자료제출 요구 의결 등 사전에 마쳤어야 할 절차와 후보자 청문을 한 날 진행하는 무리수를 둔 탓이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인청특위)는 12일 청문회 개시 직전에야 청문회 실시 계획서와 유 후보자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 의결을 했다. 이런 식의 청문회는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다. 헌법 사안을 최종 심판하는 특별법원 수장에 대한 검증 자리가 자료 검토나 증인 채택 논의 등 사전 준비가 전혀 안 된 채 벼락치기로 진행된 것이다.

인청특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실시계획서 의결, 자료제출 요구 의결, 위원장·간사 선임을 청문회 당일에 다 했다. 청문회 1주일 전 마무리했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청문회에 앞서 자료제출 요구 의결을 해야 후보자에 대해 정식으로 검증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자유한국당 한 의원 측은 “자료요구 의결과 청문회를 같은 날 진행하는 경우는 없다”며 “후보자에 대한 서면질의는 아예 없고, 위원회에서 자료제출 요구 의결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 검증 자료 요청을 받은 기관들은 답변조차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자료요청 과정이 요식행위 정도로 전락했다. 청문회 준비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날림 청문회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인청특위 관계자도 “통상적으로 이런 식으로 청문회 의사일정을 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이같이 일정을 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문 자료 요청 협조 자체가 실질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문회에 참여한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장 공백을 빨리 메워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한국당의 헌법재판관 추천이 늦어지면서 인청특위 일정 합의가 늦어진 측면도 있어 여야가 빨리 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유 후보자의 경우 이미 지난해 11월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돼 청문회를 한 차례 거친 사람이라 더 파봐야 실익이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야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졸속 청문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공동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청문회 자리에서 유 후보자의 우리법연구회 활동 이력 등을 들어 정치적 편향 우려를 제기하고, 동성애나 낙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10개월 전 청문회 질의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이었다. 느슨한 청문회 진행 분위기 속에 유 후보자 역시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고 의원들의 질의에 응대했다.

청와대가 유 후보자를 지명하는 단계에서도 검증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청와대로부터 (예비 후보자용) 사전질문서를 받은 적이 없고, 발표 한두 시간 전 조국 민정수석으로부터 통보받은 게 맞느냐”고 묻자 유 후보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형민 신재희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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