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다보면 기독교 교리가 어느새 몸에 배어든다

편역자 최주훈 목사에게 듣는 마르틴 루터의 소교리문답 이야기

묻고 답하다보면 기독교 교리가 어느새 몸에 배어든다 기사의 사진
마르틴 루터가 추기경 토마스 카예탄과 논쟁하는 모습. 루터는 성직자들을 비판한 뒤 평신도들에게 올바른 신앙 교리를 가르치기 위해 직접 ‘소교리문답’을 썼다. 국민일보DB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마르틴 루터 소교리문답·해설/마르틴 루터 지음/최주훈 옮김/복있는사람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쓴 ‘소교리문답’(1529년)은 그의 ‘대교리문답’과 더불어 개신교 최초의 교리문답으로 꼽힌다. 방대한 저작을 남겼던 루터는 “다른 책들은 다 불타 없어지더라도 ‘노예의지론’과 ‘대교리문답’ ‘소교리문답’만 남아 있으면 된다”고 할 정도로 이 책을 소중히 여겼다고 한다.

국내에선 지난해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가 루터의 ‘대교리문답’을 독일어 원전에서 한글로 번역했다. 루터는 당시 목회자와 교사들에게 교리를 제대로 가르치고자 대교리문답을 집필했고 평신도와 어린이들이 성경의 핵심 내용을 쉽게 암기할 수 있도록 소교리문답을 썼다.

이후 시대별로, 지역에 따라 교회와 신앙 공동체들은 소교리문답에 저마다의 언어로 문답해설을 붙여 가르쳐 왔다. 여러 문답해설판 중 가장 유명한 것이 1862년 독일 하노버에서 여러 신학자와 목회자가 공동작업으로 펴낸 하노버판이다. 최 목사는 하노버판을 참고하되 한국적 상황을 반영한 해설을 덧붙여 ‘마르틴 루터 소교리문답·해설’을 펴냈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중앙루터교회 앞 카페에서 만난 최 목사는 “처음부터 해설을 쓸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대교리문답 독자를 위해 짧은 소교리문답을 번역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난 연말 성도들의 신앙 안내서로 쓸 교재를 찾다 끝내 맘에 드는 책을 못 찾자 직접 교재를 쓰기로 마음먹고 루터의 소교리문답 해설서를 쓰기로 했다. 최 목사는 “해당 공동체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맞게 재해석하고 당대의 언어와 신학에 따라 풀어쓰는 전통에 따라 한국 상황에 맞게 다시 썼다”고 설명했다.

소교리문답은 십계명, 신조(사도신경), 주기도, 세례, 성만찬이라는 5가지를 중심으로 삼는다. 여기에 기도문, 목사와 성도, 집권자와 시민, 부모와 자녀, 노동자 등 각자 소명을 지키고 이웃을 섬기기 위해 알아야 할 성구를 추린 ‘의무표’가 달려 있다. 당시엔 이 소교리문답을 괘도에 적어 집마다 붙여놓곤 가장이 자녀들에게 가르치며 함께 외웠다고 한다.

최 목사는 “언어는 ‘존재의 구조’라는 말이 있는데, 언어를 통해 자기를 표현할 때 그것이 자기의 세계가 된다는 의미”라면서 “우리는 지금 ‘신앙’이란 말은 하지만 그것을 언어로 제대로 표현 못하다보니 뜬구름 잡는 식의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루터가 ‘신앙이란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쉬운 답을 내놓고 이를 외우게 한 것은, 그것이 그 사람의 존재를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늘 암기하고 있다 어느 순간 ‘네 신앙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사랑하며 신뢰하는 것”이라고 언제든 꺼내놓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교리문답,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등과 비교하면 무엇이 다를까. 최 목사는 “일단 아주 쉽다”고 했다. 루터 신학의 정수를 평민들 눈높이에 맞춰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성경을 성경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한다”며 “해당 주제에 대해 성경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확실히 증빙하고 있다”고 최 목사는 말했다. 그는 “성도들이 겉으로 표현은 안 하지만 교리나 설교 내용에 대해 성경은 어떻게 말하는지 궁금해한다”며 “어떤 설명을 해도 진위를 판단하는 기준은 성경이 돼야 하는데 루터의 소교리문답은 그 원칙에 매우 충실하다”고 부연했다.

해설은 꼬리잡기식 질문으로 풀어간다. 질문에 대한 해답과 참조할 성경 구절이 함께 적혀 있다. 최 목사는 루터의 교리 해설이 꼭 필요해 보이는 문항에는 대교리문답의 관련 항목을 붙였다.

최 목사는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저서 ‘루터의 재발견’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신앙의 자세를 강조했다. 그새 목회 환경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는 “그동안 묻지 않던 질문들이 나오면서 교회 안에 적잖은 갈등이 표출되고 목회 현장이 더 어려워졌다”며 웃었다. 이어 “생각이 다르고 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사람도 더러 있겠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이들이 하나의 식탁에 모여 앉을 수 있도록 관용하고 환대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며 “교회는 성만찬 공동체이기 때문에 달라도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성도뿐 아니라 목회자들도 함께 모여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이를 목회 현장에서 어떻게 성도들과 나눌까 고민하는 모임이 늘었다”며 “교단의 정치 현장과 달리 적어도 목회 현장은 옥토가 돼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달라진 상황에 맞춰 한 가지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합리성과 이성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교회가 갖고 있는 기독교의 신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신앙 여정엔 저마다 다른 경험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신앙의 올바른 가치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