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라동철] 탐욕에 뒤틀린 부동산시장 기사의 사진
‘어떤 정부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 ‘강남 부동산은 불패.’

부동산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신화처럼 굳어진 인식들이다. 숱한 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걸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도 하다. 서울 아파트 값은 2014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49개월 연속 올랐다. 역대 최장기간 연속 상승이다. 강남을 중심으로 매물이 뜸한 가운데 호가가 치솟고 있다. 30평형대 아파트 시세가 20억원을 훌쩍 넘는 곳도 있으니 서민들 입장에서는 입이 딱 벌어질 일이지만 시장은 그렇게 굴러가고 있다. 주민들이 호가를 담합해 아파트 값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곳도 적발되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고 말했지만 강남 집값 급등을 그들만의 리그라며 내버려둘 수는 없다. 강남 집값이 오르면 다른 지역의 집값이 들썩이고 시차를 두고 전월세 가격도 따라 올라 결국 서민들의 주거부담을 늘리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 국민 경제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생산적인 분야로 가야 할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 경제는 활력을 잃기 마련이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점점 멀어지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근로의욕이 저하된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 원리금을 갚느라 가계의 소비여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도 문제다. 지난달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만도 591조원에 달했다. 계속 불어나는 가계의 빚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서울의 집값이 오르는 원인을 공급 부족으로 설명하는 시각도 있지만 결국은 상승에 베팅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고가더라도 일단 사두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이다. 집값 급등 조짐에 무리를 해서라도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추격매수에 나서면서 집값 불안은 더 심해진다.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정권 후반기 서울 아파트 값이 폭등했던 노무현정부에 대한 학습효과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노무현정부 때 공급을 늘리겠다며 판교신도시를 건설했지만 강남 집값은 잡지도 못하고 집값 광풍만 확대시킨 전례가 있다.

집을 통해 한몫 챙기겠다는 투기 가수요를 잡지 못하면 시장 안정은 요원하다. 정부가 13일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등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종부세 강화 방안은 조화로운 시장의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정말 그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부의 대책이 나오면 새로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수익을 챙기는 움직임은 늘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줘야 한다. 부동산 투기로 더 이상 재미를 보지 못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외국에 비해 낮은 보유세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로 프랑스(0.57%), 일본(0.54%), 영국(0.78%) 등에 비해 크게 낮다. 종부세 등 보유세를 강화하는 게 고가주택·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이라는 반발도 있지만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주택 가격이나 양도차익 등에 상응해 적정한 세금을 부과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일이다. 고가 제품에는 더 많은 세금이 붙고, 근로소득세도 소득이 많을수록 누진적으로 과세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유세 인상에 따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의 보안책 도입도 적극 검토할 수 있겠다. 공급 차원에서는 입지가 좋은 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서민 주거 안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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