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빼돌린 암호화폐 ‘리플’ 거래소 운영자 구속 기사의 사진
피싱사이트 로그인 화면(왼쪽)과 실제 정상 거래소 로그인 화면. 사진=서울동부지방검찰청 제공
국내 암호화폐(가상화폐) ‘리플’ 거래소 운영자가 억대 리플 피싱사기를 벌인 혐의로 구속됐다. 가상화폐 해킹이 아닌 피싱사기가 적발된 건 처음이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부장검사 김태은)는 미국 법무부 연방수사국(FBI)과 공조해 한·일 리플 거래소 이용자 61명이 보유한 9억원 상당의 리플을 가로챈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김모(33)씨를 13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리플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가상화폐 전체 시장규모 3위(2018년 2월 기준 약 30조원)를 차지하고 있다. 김씨는 2014년 국내 최초로 리플 거래소를 만들어 운영해 왔다. 그는 일본 리플 거래소 운영자인 일본인 A씨와 공모해 거래소 회원들을 상대로 지난해 7∼8월 4억원, 지난해 12∼1월 5억원 상당의 리플을 가로챘다. 피해자는 한국인 24명, 일본인 37명이다.

김씨는 우선 프로그래머 이모(42)씨에게 의뢰해 가상화폐를 이관하는 가짜 사이트를 만들었다.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렵도록 해외 서버를 이용했다. 이후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한 회원을 선별, ‘갖고 있는 암호화폐를 특정 사이트로 이관하지 않으면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이메일을 보내 피싱사이트에서 로그인하도록 유인했다. 이렇게 수집한 로그인 정보로 총 239만 리플을 빼돌렸고,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로 자금세탁한 후 현금으로 인출했다.

검찰 조사결과 김씨는 2015년 한 차례 가상화폐 해킹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해커 추적에 실패해 보상을 받지 못했고, 유사 범행을 해도 잡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회원정보를 넘겨 수익금을 나눠 가진 A씨의 인적사항과 수사결과를 일본 당국에 통보했다. 범행에 가담한 이씨는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 일당은 범죄 수익금 대부분을 생활비 등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김 부장검사는 “현행 범죄수익환수법상 가상화폐 사기는 몰수·추징 대상 범죄에 포함돼 있지 않아 재산 환수가 불가능하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피해구제 대상도 ‘자금의 송금·이체’에 한정돼 있어 가상화폐는 보호받지 못한다”며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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