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한 여성은 속물? 당당하고 멋진 캐릭터 만들고 싶었다” 기사의 사진
기맹기 작가의 웹툰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표지.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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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미인’에는 ‘된장녀’라는 말이 동의어처럼 붙어 있었다. 대학교 1학년이던 2014년 1학기 만화과 수업 자료의 일상물 캐릭터 예시에는 이 같은 편견이 가득했다. 지난 7일 서울 경복궁 인근 카페에서 만난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작가 기맹기(24·여)씨는 “성형한 여성은 속물적이고 멍청하다는 생각이 싫었다”며 “당당하고 멋진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 작가는 “(학생 때 저는) 옳지 못한 말이라고 생각되면 따져 묻는 편이었다”고 했다. 수업 중에 일부 교수들은 “한국인은 머리가 좋아 애를 낳아야 하는데 안 낳는다” “국제결혼은 머리 나쁜 나라 여자 말고 똑똑한 서양 쪽과 해라” “여학생은 혼전순결 해야 한다” 같은 말을 거리낌 없이 했다고 한다. 여성에 대한 잘못된 관념에서 비롯된 표현이지만 주변 사람들이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기 작가는 “그럴 때마다 교수님을 찾아가 일일이 반박했다”며 “당시에는 그냥 넘기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용기가 필요했다. 기 작가는 “표현들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해도 주변 사람들이 동의해주지 않을 때는 외로움을 느꼈다”며 “혼자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웹툰은 이 같은 배경에서 탄생했다. 기 작가는 성형한 여성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 ‘강미래’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는 “강미래는 강남미인의 준말 ‘강미’와 ‘미래’를 조합한 이름”이라고 했다. 연약하고 상처 받은 여성이지만 당당히 문제를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캐릭터 이미지를 부여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못생김’으로 조롱받다가 성형수술로 새 삶을 살려 하지만, 오히려 ‘성괴(성형괴물)’라고 비난받게 된 주인공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2015년 대학만화 최강자전에 선보였고 이듬해 정식 연재했다. 최근 같은 제목의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웹툰에는 외모 지적이 일상화된 현실, 술 취한 여자 후배를 모텔로 끌고 가려는 남자 선배, ‘살 빼면 예쁠 텐데 왜 자꾸 먹느냐’는 인격모독 등 많은 여성이 공감하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불법촬영 문제도 다뤘다. 기 작가는 “(못생긴 사람이나 성형한 사람뿐만 아니라) 예쁜 ‘수아’도 피해자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현수아는 성형을 안 한 미인 캐릭터다. 인기도 많고 행복해 보이지만 실은 아픈 과거로 ‘예뻐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고, 불법촬영 피해자이기도 하다. 기 작가는 “불법촬영물 속 인물들은 수아를 포함해 모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웹툰과 드라마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웹툰 연재 후 독자들에게 고맙다는 메일도 많이 받았다. 그는 “이야기 속 인물인 ‘미래나 수아처럼 힘들었는데 웹툰 덕에 용기를 얻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많이 부족한데 그렇게 말해 주시니 오히려 죄송하다”고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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