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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교만과 불통이 더 문제다

[김진홍 칼럼] 교만과 불통이 더 문제다 기사의 사진
文 대통령, 역대 대통령처럼 집권 2년차 증후군에 빠져
정책 잘못도 문제이지만 독선적인 자세가 민심 이반 더욱 부추겨
대통령 뜻과 다른 목소리 경청하는 리더십 복원해야


프로야구와 프로골프, 공연 및 음악 종사자들에게는 소포머 징크스(sophomore jinx)란 게 있다. 데뷔 첫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이들이 두 번째 시즌 때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생긴 말이다. 주위 사람들의 높아진 기대치와 과도한 중압감 등이 겹쳐 슬럼프에 빠지는 2년차 증후군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사(史)에도 집권 2년차 증후군이 존재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가 도입된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 모두 2년차 증후군에 맞닥뜨렸다. 화려하게 권좌에 올랐으나 집권 2년차 때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이 그랬다. 집권 1년차 때부터 지지율이 추락한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은 2년차에도 하락세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2년차 증후군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4주차에 84%의 국정지지율(이하 한국갤럽 조사)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치를 경신했다.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5월 초에도 83%를 기록했다. 그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4개월 사이에 무려 30% 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여전히 낮지 않은 지지율이다. 하지만 하향 추세는 우려할 만하다.

그 가운데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을 긍정 평가한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이 평가한 부분이 ‘소통 잘함/국민 공감능력(18%)’이었으나 엊그제 발표된 조사 결과는 4%였다. 정책성과가 있을 수 없는 집권 초기와 현재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통 능력에 대한 평가가 낮아졌다는 점은 여권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소통의 시대’를 열겠다고 장담했던 집권세력 아닌가.

되돌아보면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진솔한 소통 행보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출근길에, 그리고 휴가 때 산행하면서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셀카를 찍는 장면들은 깊은 감명을 주었다. 공감의 언어 구사 실력 또한 탁월하다. 때론 눈물로 감성에 호소하기도 한다. 예전의 권위적 대통령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한데 어느 틈엔가 소통은 점점 뒷전으로 밀렸다. 대통령의 하루 일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던 약속이, 집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슬며시 무산된 게 첫 번째 사례인 것 같다. 경호상의 문제가 주요인이었겠지만, 이렇다 할 만한 설명은 없었다. 그리고 청와대 중심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적폐청산 등 각종 국정과제들이 강하게 추진됐다.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지만, 신중해야 한다거나 인적 청산을 넘어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들은 적폐의 저항 정도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 사이 소통의 영역은 자연스레 협소해졌다.

최근엔 불통의 강도가 더 세졌다.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를 상대로 한 평양 남북 정상회담 동행 요청 소동은 청와대가 얼마나 일방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청와대가 중대한 국가적 행사에 여야의 지도자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선 치밀하고 정교한 물밑 접촉과 끈질긴 설득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건 정치 초년생도 아는 일이다. 그런데 이를 무시한 채 대통령 비서실장이 마이크를 잡고 함께 가자고 불쑥 제안했다가 국회의장단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비판이 쏟아졌으나, 반성은 없고 해명만 늘어놓았다. 그 결과, 체면만 구긴 게 아니라 오만하다는 인상까지 남겼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동행을 거부한 정치권을 향해 ‘당리당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문희상 국회의장조차 당리당략에 따라 거부했다는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논란도 마찬가지다. “못 살겠다”는 소상공인들의 호소와 일자리 쇼크 등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우리가 옳다. 그러니 군소리 말고 그냥 따라오라’는 식이다. ‘경제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니까 견뎌라’는 식이다. 성찰과 겸손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니 민주당 내에서조차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민주당 대표 경선 때 2위를 차지한 송영길 의원이 청와대를 겨냥해 “현장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성장통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질타한 것이다.

경제정책 자체도 문제이지만, 불통과 교만이 민심 이반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소통의 리더십을 복원해야 한다. 똑같은 사고로 똘똘 뭉쳐 있는 청와대 참모들의 집단편향성을 깨야 한다. 임기의 4분의 1이 훌쩍 지났으나, 남북관계를 제외하면 내놓을 만한 국정 성과를 체감하기 힘든 상태다. 대통령 뜻과 다른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성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등 겸손한 모습 없이는 2년차 징크스를 깨기 힘들 것이다.

편집인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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