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긁적긁적…6주 넘으면 ‘그냥 두드러기’ 아닙니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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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남성 A씨는 독감을 심하게 앓은 뒤부터 팔과 다리, 배 등 몸 곳곳에 반복해 나타나는 두드러기로 2년째 고통받고 있다. 모기에 물린 것처럼 피부가 부풀어 오르고 극심한 가려움증이 동반됐다. 한번 생긴 두드러기는 한 달 넘게 지속되기 일쑤였다. A씨가 진단받은 병명은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음식을 잘못 먹으면 생기는 게 두드러기인줄 알았다”는 그는 “의사가 ‘이건 원인을 알 수 없는 유형’이라고 말해 평생 낫지 않는 건 아닌지 겁이 났다”고 했다. 가려움증을 완화해주는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약을 번갈아 사용하며 1년 간 치료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A씨는 결국 지난해 말 학교를 자퇴하고 투병에 들어갔다. 팔·다리에는 온통 긁어 생긴 상처가 남아 바깥활동이 쉽지 않다. A씨는 “여름에 편히 반바지를 입고 (긁지 않고) 며칠이라도 깨지 않고 푹 자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40대 여성 B씨도 목과 얼굴에 붉고 두껍게 두드러기가 올라와 몇 년째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약이 들으면 괜찮다가 재발하기를 반복한다. B씨는 “매번 긁느라 불면증과 우울증까지 생겨 삶이 피폐해졌다”고 했다.

두드러기는 전 인구의 20%가 일생에 한번 정도 겪는 것으로 알려진 흔한 피부질환이다. 피부가 울긋불긋 부풀어 오르는 ‘팽진’과 가려움증이 주요 증상이다. 대개 1시간에서 24시간 내에 저절로 가라앉지만 1∼2일 간격으로 반복해 나타날 수 있다. 두드러기는 증상이 얼마나 오래 반복되느냐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된다.

대한피부면역학회 박영민(가톨릭의대 교수) 회장은 17일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급성 두드러기는 주로 식품 섭취나 약물 복용 등에 의한 것으로, 원인만 해결되면 수일 내 증상이 사라지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두드러기가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증상이 최대 6주 이상 반복되면 만성 두드러기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 환경 변화와 사회적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만성 두드러기 환자가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앞서 A, B씨처럼 중병 못지않은 고통과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겪는다.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 의료진에게도 익숙지 않은 질환이다 보니 건선, 아토피피부염 등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병·의원에선 단순 접촉성 피부염으로 잘못 진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피부과학회와 피부면역학회는 올해 피부 건강의 날 주제를 ‘두드러기, 바로 알기’로 정하고 대국민 캠페인에 나섰다. 지난 주말엔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피부건강 엑스포를 열고 두드러기 관련 건강 강좌를 가졌다.

70%는 원인 몰라

만성 두드러기는 급성 두드러기처럼 발생 빈도가 높지 않다. 국내외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만성 두드러기 유병률은 인구의 0.5∼5.0% 수준이다. 연간 약 1.4%의 발생률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몇 년 새 유병 인구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성 두드러기(질병코드 L5080) 진료 환자는 7만883명으로 2015년(5만5706명)과 비교해 3년간 27.2% 증가했다.

박 회장은 “만성 두드러기의 원인으로 추위 햇빛 피부압박 등 물리적 요인과 만성 염증, 면역 문제 등이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70%가량은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인에게 흔한 만성 피로나 스트레스 등 만성 두드러기 악화 요인이 늘고 있는 것도 환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연령별(2010∼2013년 환자 대상 피부과학회 분석)로는 10세 미만 소아와 70대 노인층에서 발생 비율이 높았다. 성별로는 평균 1대 1.39 비율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양상이 바뀌었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20∼50대에서 발생이 많아지고 있는 것. 국민일보가 지난해 만성 두드러기 진료 환자를 연령별로 분석했더니 50대(18.2%) 40대(18.1%) 30대(15.8%) 20대(12.9%) 60대(12.7%) 순으로 많았다. 급격한 사회경제적 발전에 따른 생활습관 변화와 의료 접근성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 10명 가운데 9명은 다른 질환을 동반한다. 알레르기비염이 가장 많고 약물 알레르기, 천식, 갑상샘 질환, 암 등을 함께 갖고 있었다. 특히 천식의 경우 만성 두드러기 증상이 없는 대조군(11.45%)보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군의 유병률(35.83%)이 3배 이상 높았다.

수일 안에 증상이 사라지는 급성 두드러기와 달리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치료 기간은 1년을 훨씬 넘는다. 국내 등록 환자의 유병 기간은 평균 591일, 약 19개월이나 됐다. 62%의 환자가 최소 1년 이상 병원을 다녔다. 피부과학회가 2003∼2007년 원인불명의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로 치료받은 1만3969명을 분석한 결과 1년 안에 완치되는 비율은 22%에 그쳤다. 5년 완치율도 44.6%로 절반에 못 미쳤다.

만성 두드러기는 암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외부에 노출되는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점에서 환자의 정서적 측면과 대인관계, 사회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가천의대 피부과 노주영 교수는 “특히 만성 두드러기 환자들을 곤란하게 하는 것은 예측하기 어려운 증상의 발생”이라면서 “특별한 원인 없이 갑자기 두드러기가 생기고 심한 가려움증과 따가움, 열감 등 불편한 증상이 반복되다 보니 환자들은 수면장애와 만성피로를 달고 산다”고 말했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서 우울 불안 강박증 대인기피증 등 정신질환 동반률이 일반 인구에 비해 2∼3배 높다는 연구보고는 이를 뒷받침해 준다.

식품 섭취와는 큰 상관없어

만성 두드러기는 발생 부위에 가려움증, 타는 듯한 작열감, 혈관부종(피부 깊은 층부터 부어오름)이 동반된다. 혈관부종은 가려움증을 넘어 통증까지 느껴지는 게 일반적. 음식 섭취 등에 따른 일시적(급성) 두드러기와 다른 점이기도 하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성인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약 30%가 이런 혈관부종을 겪는다. 몸 어느 곳에서나 발생 가능하지만 주로 얼굴 혀 생식기 손·발에 생긴다. 원인을 모르는 특발성 두드러기는 ‘천의 얼굴’로 불릴 정도로 발병 형태가 다양하다.

만성 두드러기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인 제거보다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주로 한다. 가려운 증상이나 부종은 약물치료를 통해 잘 조절되는 편이지만 약 복용을 끊으면 재발하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근본 치료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치료 효과를 불신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의료진은 무엇보다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회장은 “만성 두드러기는 불치병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완치되는 병”이라며 “환자들 중에는 피부과 약이 독하다고 인식해 증상이 있을 때만 약을 복용하고 증상이 사라지면 끊는 환자가 많은데, 이럴 경우 자꾸 재발하고 결국 환자의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만성 두드러기 치료에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이나 입마름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부작용을 개선한 2세대 항히스타민제들이 주로 사용된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약 30%는 항히스타민제를 써도 듣지 않는데, 이럴 땐 면역억제제나 스테로이드약을 써야 한다.

지난해 9월 항히스타민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생물학적 제제(발병 원인 표적 치료제)가 국내 처음으로 허가받아 치료의 선택폭이 보다 넓어졌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한 번 주사에 50만원의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생물학적 치료제의 경우 부작용이 적다 보니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개원가에서 남용될 여지가 없지 않다”면서 “정확한 진단 아래 처방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성 두드러기의 경우 증상이 쉽게 나아지지 않는 난치성 질환이다 보니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식이요법에 의존하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사례도 많다. 특히 국내 환자들은 두드러기가 식품의 영향으로 발생한다는 인식이 강해 불필요한 식품 알레르기 검사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노주영 교수는 “급성 두드러기와 달리 만성 두드러기는 특정 음식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경우가 1∼2% 내외로 극히 드물다”면서 “체질 개선을 위해 시행하는 단식이나 단백질 섭취를 하지 않는 등의 극단적 식이제한은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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