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진우] 위태로운 경제 트로이카 기사의 사진
장하성 김동연 김상조가 대표하는 3대 경제정책
명분도 좋고 방향도 옳은데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
소득·혁신·공정의 조율에 실패한 실행방법 탓이다
마차가 넘어지지 않게 세 필의 말을 다시 묶어야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갈 트로이카 삼두체제는 이제 확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과 그 효과로 촉발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관한 날 선 공방은 여전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올바른 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거듭 확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온갖 부정적 경제 지표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호응했다. 여기에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까지 꾸려졌으니 그 오기와 결기에 소름까지 끼친다.

이 정권의 경제정책 트로이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소득주도성장’의 장하성, ‘혁신성장’의 김동연, 그리고 ‘공정경제’의 김상조이다. 사람 중심, 일자리 중심의 성장정책을 위해 시장 취약 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질서를 공정하게 만들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명분도 좋고, 방향도 옳다. 이것이 이 정부의 정책적 ‘방향’에 대한 찬성이 높은 이유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불안하게 느끼는 까닭이 무엇일까. 방향에 찬성한다 해서 실행방법에도 찬성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려면 ‘트로이카’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트로이카(Troika)는 본래 17세기 러시아에서 발전한 삼두마차를 끄는 세 필의 말을 묶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 낱말은 오늘날 3인으로 구성된 최고의 지도체제에도 비유적으로 사용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말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는가이다. 트로이카는 말을 일렬종대로 나란히 연결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횡렬로 나란히 묶는다. 마차를 끌고 가는 힘세고 빠른 말을 가운데에 두고, 다른 두 말은 양옆으로 나란히 묶는다. 관건은 가운데 말을 속보로 빠르게 달리게 하고, 양옆의 두 말은 빠른 구보로 달리게 조율하는 것이다. 이런 삼두마차가 시속 50㎞에 이르렀다고 하니 대단한 기술이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세 말의 조율이다. 느린 말을 가운데에 묶거나, 빠른 말을 옆에 두거나, 아니면 세 필의 말을 모두 빠르게 달리게 하면 마차는 전복한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삼두마차가 상당히 불안해 보인다. 마차가 국민경제이고 세 필의 말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트로이카라면, 마부는 두말할 나위 없이 문 대통령이다. 우리 경제에 세 필의 말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포기하고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장하성 실장은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 보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국민을 가르치려 들지만,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 방향도 맞고 명분도 옳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그렇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이란 멋진 이미지의 마법에 걸려 세 필의 말을 잘못 묶은 것이다.

첫째, 이 정권은 소득주도성장을 가운데에 놓은 것처럼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성장의 전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정책의 핵심은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복지정책이다.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가계 소득을 높인다고 말하지만, 빈부격차를 줄이는 분배정책이 경제를 이끌고 갈 빠른 말일 수는 없다. 느린 말을 가운데에 묶음으로써 마차가 뒤집힌다면 세 말의 순서를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여 혁신성장을 가운데 놓고 경제를 이끌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책을 조율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속도의 조절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말은 혁신성장보다 분배정책의 속도를 더 높이겠다는 말로 들린다. 고용률과 고용의 양, 소득의 사회적 양극화, 청년 실업률 등 모든 지표는 사회안전망의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러나 모든 정책은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제 효과를 낸다. 이념으로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셋째, 말들이 다투기 시작하면 마차는 위태롭다.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실장 사이의 불협화음이 생산적 토론 수준이기보다는 정책적 갈등으로 보인다. 이 갈등이 지속하면 상대방 때문에 자신의 정책이 성공할 수 없었다고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정책적 진공상태가 야기된다. 최대의 복지는 두말할 나위 없이 일자리다. 정부가 허울 좋은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할수록 혁신성장은 후퇴하고, 일자리 중심의 구체적인 정책은 실종될까 두렵다. 경제 트로이카가 위태로워 보인다. 문 대통령은 성공하려면 세 필의 말을 다시 매야 한다.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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