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이창현] 대통령 지지율, 수치와 가치 기사의 사진
요즘 대통령 지지율에 관한 기사가 많다. 언론은 최저임금제 부작용과 부동산 폭등의 경제 이슈를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연결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첫째 주 80% 넘게 유지되었던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들어 빠지면서 50% 밑으로 내려가기까지 했다. 역대 정부의 집권 1년 차 지지율과 비교해 보았을 때 대통령 지지율이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의 급격한 하락에 대해 모두들 예민하다.

청와대는 지지율이 높았을 때는 그 지지율을 유지하려고 몸조심하는 듯했는데, 정작 지지율이 떨어지니 경제정책, 교육정책, 농업정책 등 혁신정책 추진에 동력이 약화되는 듯하다. 야당은 야당대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계기로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보수 언론은 집값 폭등을 계기로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고 규정한다.

지지율이라는 수치에 대해 정치권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의 지지가 사라지면 정당의 궁극적 목표인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상시적으로 국민들의 평가를 반영하는 지수로서 정책에 대한 국민적 피드백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여당은 10여년 전 고 노무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지방선거, 총선의 연이은 패배가 이어져 정권을 빼앗겼다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최근 청와대든 여당이든 모두 대통령 지지율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런데 지지율에 신경을 쓰는 것만큼 핵심 정책의 가치를 제대로 국민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신경 쓰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정치권에 지지율 등 수치의 논란만 있지 정부 정책에 대한 가치 논의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언론은 매일같이 아파트값 상승 상황을 생중계하고 있지만 정작 문재인정부의 핵심적인 주택정책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세금폭탄이라는 말로 모든 국민에게 불안감을 확산시키지만 그 세금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서울의 그린벨트까지 풀어야 한다고 국토교통부는 서울시를 압박한다. 서울시의 그린벨트가 갖는 환경적 가치는 어디에서도 논의되지 않는다. 온 세상이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현상적 수치에만 몰입하다 보니 다른 정책적 가치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파트 가격을 수치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거주권과 행복추구권의 가치로 살펴보아야 한다. 이렇게 아파트값이 치솟는 상황이라면 대통령이 나서서 부동산 불패 신화를 갖는 부동산 공화국의 문제를 지적하고, 미래사회를 위해 부동산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의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부동산정책에 있어서 수치의 프레임이 아니라 가치의 프레임으로 공감을 얻어야 한다.

집권 초기의 높은 지지율은 낮아지게 마련이다. 어떻게 집권 초기의 국민적 기대를 5년 내내 유지할 수 있겠는가. 지켜야 할 것은 매일 변화하는 지지율이 아니라 집권 초기에 설정한 정부 정책의 가치다. 대통령 지지율은 정상회담이나 올림픽 게임 등으로 높아졌다가 낮아지기도 하지만 정책 가치는 변화하지 않고 남게 되는 것이다. 정책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비로소 정치적 연대가 가능한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지지율은 그저 숫자일 뿐이다. 정치에서는 숫자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무더운 여름철의 폭염을 생각하면 요즘 가을철의 선선함은 놀라울 정도다. 이처럼 사계절의 섭리는 누구도 바꿀 수 없다는 이치를 깨닫는다. 올여름 폭염 속에서 온도계의 수치만 열심히 바라본다고 해서 사계절 절기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돌고 있는 궤도를 생각해야 하지와 동지 그리고 춘분과 추분을 이해할 수 있다. 지지율이라는 수치를 넘어 정책의 가치를 말하는 정치인이 역사를 만든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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