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전정희] 新철도부설권 기사의 사진
1904년 2월 러·일전쟁이 발발했다. 독일 신문사 기자 루돌프 차벨(1876∼?)은 러·일전쟁 취재를 위한 일본 특파원 명을 받는다. 루돌프는 결혼을 앞두고 있던 터라 급히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지를 일본으로 잡았다. 한반도와 만주에서 벌어진 전쟁을 취재하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본국으로 귀환하겠다는 계산을 했다.

그러나 일본에 도착한 뒤 취재 허가가 늦어지자 부부가 ‘여행’을 목적으로 대한제국을 방문한다. 아프리카 오지 탐험가 수준의 장비를 갖춰 부산항으로 들어온 그는 다시 배로 동해 원산항으로 갈 생각이었다. 원산을 우회해 전쟁터 평양으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산∼원산 간 우라토마루호는 러·일 해전 우려로 출항이 미뤄진다. 루돌프는 시간이 남자 경부선 열차를 타고 조선 내륙 여행에 나선다. 이때 경부선 철로는 한창 건설 중이었다. 다만 부산∼밀양 구간은 임시 개통돼 운행되고 있었다. 루돌프는 70㎞ 거리를 2시간30분에 주파했다고 기록했다.

루돌프는 한반도와 만주를 둘러싼 일본과 러시아의 철도부설권 각축을 진지하게 분석했다. 일본이 철도 사업에 투자한 서구 자본가들의 주식 매입을 통해 그들을 밀어내며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철도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철도 구간 근처 집과 토지를 불하받아 일본인 거류지를 만들고 식민지화를 진행한다고 분석했다. 거류지가 확보되면 거류민 보호 명목으로 수비대를 주둔시킨다고 했다. 경쟁자 러시아도 코사크 기병을 투입해 병참 철로화하면서 두 제국 간 이익이 충돌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만주에선 환승 철로 건설 주도권을 놓고 러시아와 일본이 패권 경쟁을 벌이다 전쟁을 맞았다고 했다.

그 만주, 즉 지금의 중국 랴오닝성 정부가 최근 단둥∼평양∼서울∼부산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표명했다. 이른바 한반도를 길목 삼아 태평양으로 향하는 일대일로다. 100여년 전 만주 부동항 다롄을 러시아에 내줬던 중국이다. 또 단둥∼훈춘∼블라디보스토크 철도 건설안도 포함됐다. 그러면서 ‘동아시아운명공동체’라고 강조한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서울∼평양∼단둥 고속철도 연결을 발표한 바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100여년 전보다 더 복잡하고 미묘하다. 남북한이 철도 연결 등 경제교류를 통해 주도권을 쥐지 않는다면 분열을 파고드는 열강에 또다시 속수무책이 될 것이다.

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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