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은의 씨네-레마] 온 마음으로 구하면 찾을 것이요, 만나리라

서치(Searching, 2017)

[임세은의 씨네-레마]  온 마음으로 구하면 찾을 것이요, 만나리라 기사의 사진
주인공 데이비드가 인터넷으로 딸에 관한 뉴스 영상을 확인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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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와 컴퓨터 없이 일상이 불가능한 세상이다.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맛집을 찾고 그 맛집을 찾기 위해 다시 길 찾기를 이용한다. 맛있게 먹은 점심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고 음식 감상평을 올린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많은 사람들이 오늘 점심에 내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 알게 되고 ‘좋아요’를 눌러 준다.

현대의 기술발전은 사람들 사이의 직접적 대면보다 디지털 기계장치를 통한 매개적 소통을 증가시키고 라이프스타일의 혁신을 이뤄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서치’는 오직 인터넷 네트워크만으로 잃어버린 딸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제까지의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형식을 시도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오직 컴퓨터 화면과 일상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만 인물과 사건을 바라보게 된다. 즉 영화 스크린 전체가 하나의 컴퓨터로 기능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거대한 컴퓨터 화면이 켜지고 한 가족의 삶이 영상으로 편집돼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된다. 관객은 짧은 시간 동안 한 가족의 20여년간 삶을 저장된 파일로 확인한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던 아버지 데이비드는 임파선 암으로 아내를 잃고 현재 고등학생 딸 마고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열여섯 살 딸 마고가 사라지고 아버지는 딸을 찾기 위해 인터넷 속에 있는 딸의 흔적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데이비드는 딸의 컴퓨터를 통해 실종의 단서를 찾아가는데 정작 여기서 그가 발견하는 것은 그간 생각했던 딸의 모습이 실은 허울이었다는 것이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지닌 이 영화는 관객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새로운 형식적 시도 외에 주인공 가정을 한국계 미국인으로 등장시킨 것도 이 영화의 신선한 시도다. 아버지를 연기한 존 조 역시 한국계 미국인 배우이고 감독 아니쉬 차간티는 인도계 미국인이다. 구글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감독은 어릴 적 IT 기업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동료 한국계 엔지니어들로부터 주인공 이미지를 착안했다고 한다. 아시아계 주인공이 많지 않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매우 드문 시도다.

‘서치’가 많은 대중의 공감을 얻은 것은 단순히 새로운 시도들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안에 담긴 강한 현실성과 보편적인 정서, 변하지 않는 가치 때문이다. ‘서치’라는 단어는 영화 속에서 이중적 의미를 담는다. 네트워크 매체의 탐색 기능을 지칭함과 동시에 잃어버린 딸의 흔적을 찾는 아버지의 추적을 의미한다. 이는 어두운 동굴을 걷는 불안한 추적이다. 디지털 화면에 남겨진 딸의 흔적에서 이제까지 몰랐던 딸의 모습을 발견하는 아버지의 심리적 여정이기도 하다.

내 곁에 있었던 사랑하는 딸이지만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모르고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아버지는 당황하고 죄의식을 느낀다.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우수하고 성실한 딸의 모습이 실은 허상이며 인터넷 세계에서 다양하게 존재하는 딸의 다른 인격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는 인터넷을 통해 딸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현대인의 소셜미디어 서비스는 내 영혼을 구해줘(save my soul)라는 뜻이다”라는 프랑스 감독 장뤼크 고다르의 지적처럼 인터넷 미디어는 자신을 전시할 뿐 아니라 생의 의미까지 구하는 매체가 돼가고 있다. 인터넷은 가짜뉴스와 악성댓글, 불법동영상, 디지털성범죄 등 디지털문화가 갖는 부정적인 측면들로 오염된 공공 공간(public space)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런 악몽을 통과해가며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긍정적 의미의 새로운 ‘찾기’를 시도한다.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함을 믿듯 우리는 영혼의 네트워크를 연결해 찾기를 시도해야만 한다.

“너희가 온 마음으로 나를 구하면 나를 찾을 것이요 나를 만나리라.”(렘 29:13)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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