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축구 열정 놓을 수 없는 우리, 날자 날자꾸나! 기사의 사진
부산 FC 소속이던 피델(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4월 21일 열린 2018 K3리그 베이직 4라운드 양주시민축구단과의 경기에서 공을 경합하고 있다. 피델은 올여름 K리그2의 안산 그리너스로 임대되며 프로로 데뷔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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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3시30분 경기도 양평군 용문생활체육공원. TV 중계는커녕 취재진 하나 없는 허름한 잔디밭 위에서 양평 FC와 평택시민축구단의 선수 22명이 뛰고 있었다. 100명도 채 안 되는 관중 앞에서 선수들은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가 풀릴 때까지 힘을 쏟아냈다. 역습을 당하면 강한 태클로 공격을 끊어내고, 골문 앞에서 몸을 날리는 육탄 방어도 서슴지 않았다. 추가 시간을 포함한 90여분의 경기가 심판의 휘슬과 함께 끝나자 2대 1로 승리한 양평 선수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국내 최대 아마추어 리그인 K3리그(4·5부리그)는 프로보다 수준은 떨어지더라도 절실함에서는 훨씬 앞선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고교 졸업생부터 프로팀에서 방출돼 재도약을 노리는 이들까지 축구 하나만 바라보는 선수들로 구성돼있다.

2002 한·일월드컵을 보고 축구에 빠진 월드컵 키드인 김여호수아(23·양평 FC)도 그중 한명이다. 학창시절 함께 공을 찼던 친구들은 프로가 됐지만, 김여호수아도 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집 앞 축구장에 나와 코치나 트레이너 없이 오롯이 홀로 개인기나 근력 훈련을 소화한다. 피지컬 분석이나 과학적 훈련은 사치스러운 일이다. 김여호수아는 “늘 프로 리그에서 뛰는 친구들을 생각한다. 열심히 해서 프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에이스도 연봉 2000만원 안돼

프로가 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흔히 ‘아마추어의 아름다운 도전’으로 포장되곤 하지만, 일상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적은 급여는 가장 직접적인 문제다. K3리그를 주관하는 대한축구협회와 구단 등이 애쓰고 있지만 직업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가 운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협회는 K3리그 선수의 처우 개선을 위해 지난 1월부터 최저연봉제를 도입했다. 연봉 계약의 최저 급여액은 연 1374만원. 축구협회에서 K3리그를 전담하고 있는 경기운영팀 손운용 사원은 “더 많은 선수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끔 최저연봉 기준을 낮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단들의 불안정한 재정 상황을 고려해 K3리그 23개팀 중 상위권인 어드밴스 12개 팀은 최소 3명, 하위권인 베이직 11개 팀은 최소 1명 이상과 의무적으로 계약하도록 돼 있다. 그 외 선수들은 구단과 자율적 합의를 통해 수당 계약을 맺는다.

최저연봉제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 연봉 계약은 에이스들에게만 적용된다. 협회 자료에 따르면 제도 도입 후 연봉 계약을 한 선수는 한 팀에 2.8명, 평균 계약금은 1900여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선수들은 십수만원 남짓한 승리·출전 등 수당만으로 생활한다.

K3리그 구단 관계자는 “한 달에 세 경기 모두 나가 승리하면 100만원정도 받을 수 있다. 시합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는 월 30만∼4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 부업을 병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0원 이적료’의 딜레마

프로와 다른 K3리그만의 특징은 이적료가 0원이라는 점이다. K3리그 대회규정(18조)은 ‘이적료를 의무화하지 않고 양 팀 합의에 맡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태까지 리그 내 이적은 물론, 상위 리그로 올라갈 때도 이적료가 발생한 적은 없다.

이는 K3리그가 선수를 더 크고 넓은 무대로 올려보내기 위함이다. 혹시라도 프로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선수의 앞길을 막게 될까 구단들은 이적료를 받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까지 K3리그 선수들은 개인의 계약 조건만 맞아떨어지면 언제든지 팀을 옮길 수 있었다.

그러나 ‘0원 이적료’는 구단의 재정적 자생력을 갖추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선수를 성장시킨 데 대한 과실을 직접 수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 사원은 “선수 발전과 구단 독립 간 딜레마에서 적절한 대안을 찾기 위해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천의 이무기가 용이 되어 날다

오랜 인내와 노력 끝에 ‘프로 진출’의 결실을 얻는 개천의 용들이 있다. 지난해에는 13명의 선수들이 K리그1·2로 올라갔다. 물론 K3리그는 프로 선수가 사회복무요원(공익)으로 병역을 대체할 때 활용하는 무대여서 이곳에서 뛰다가 복귀하는 경우가 많지만, 순수 아마추어 선수가 뽑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K리그1의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7월 경주시민축구단의 김지민을 영입했다. 김지민은 2012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데뷔한 후 5년간 뛰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방출됐다. 적을 잃은 김지민은 K3리그 경주시민축구단에서 재기를 노렸고, 올해 최순호 포항 감독의 눈에 들었다. 김지민은 지난달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입단 후 첫 골을 터뜨렸다.

같은 달 베이직 리그의 부산 FC에서 뛰던 공격수 피델은 K리그2의 안산 그리너스로 임대됐다. K3리그가 영입한 외국인 용병이 프로로 간 최초의 사례다. 피델은 안산 이적 후 꾸준히 출전하며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K3리그는 다음 달 27∼28일 정규리그 최종라운드(22라운드)를 마친다. 이후 11월 우승과 강등, 승격팀을 가르는 챔피언십 경기와 승강 플레이오프가 펼쳐진다. 높게만 보이는 꿈을 이루기 위해 712명의 선수들은 오늘도 K3리그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양평=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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