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 교회 밖에서 ‘그리스도인의 길’을 찾다

가나안 성도 통한 성찰 ‘세속성자’에 모아 펴낸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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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새 책 ‘세속성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송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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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성자’(북인더갭)라는 제목부터 시선을 끈다. 어떤 사람을 세속성자라 부를까. 책 표지 하단의 ‘성문 밖으로 나아간 그리스도인들’ ‘A Secular Saint’라는 단어로 어림잡으며 책장을 펼친다. 어찌 보면 새로운, 그러나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인에게 독창적인 이름을 부여한 사람은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다.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지난 17일 만난 양 대표는 “어떤 톤으로 책을 쓸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내가 하는 이야기가 독자들의 질문이나 고민과, 가능하면 장애물 없이 잘 연결되도록 친절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신교에서 ‘성자’라는 표현에 거부감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택했다. ‘성도’라는 말에 묻혀버린 ‘신앙의 개인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세속’이란 말에는 가나안 성도의 존재를 고려함과 동시에 신자들이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음에 좀 더 무게를 싣자는 의중이 담겨있다. 양 대표는 “로버트 웨버가 쓴 ‘A Secular Saint’란 책은 존재하지만 해외에서도 이런 개념을 담아 세속성자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는 없다”며 “작명의 독창성이 있는 만큼 가나안 성도처럼 세속성자란 말이 널리 쓰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2013년부터 가나안 성도들과 수요예배를 드리며 ‘세속성자 수요모임’을 진행해 왔다. 절반은 가나안 성도, 절반은 교회 안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지난 5년간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고 설교를 나누며 형식적인 실험을 거쳐 새로운 예배형식을 갖춰나갔다. 설교 뒤 토론하며 삶과 신앙, 교회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그는 “가나안 성도에겐 자기 정체성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우리가 이런 고민을 안고 어디까지 가볼 수 있을까 탐색해본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2016년 가을에 집중 논의한 것을 토대로 세속성자라는 개념 정의부터 시작해 믿음, 기도, 예배, 전도, 하나님나라, 교회론, 일과 신앙, 공공선이라는 주제까지 폭넓게 다룬다. 양 대표는 “가나안 성도에 대한 기존 논의가 교회를 이탈하는 종교사회학적 현상에 관한 것이었다면 여기서 진전해 교회론 구원론 예배론 등 이들이 고민하는 신학적·목회적 내용을 다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읽다보면 교회 안팎 구분 없이 적용 가능해 보이는 내용이 많다. 양 대표는 “모든 교회가 실험장이 될 순 없으니 누군가는 위험 부담을 지고서라도 실험을 해서 결과를 피드백해 줘야 기존 제도에 적용 가능한지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교회 안 성도들은 물론 기성 교회의 질서나 관행에 익숙한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어색하고 몸에 안 맞을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언러닝’(탈학습)이 필요한 이유다. 그는 “언러닝이란 이전에 배워서 익숙한 것 때문에 새로운 규칙이나 지식을 습득하기 어려울 때, 과거에 배운 것을 지워내는 것”이라고 했다.

기도 예배 교회 등 다양한 논의 중에서 기도에 대한 논의가 가장 어려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도에 대해서는 저마다 분명한 자기 생각, 자기 기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기도는 불가능하고 불필요하며 불가피하다”는 의미에서 ‘3不’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양 대표는 “기도의 주도권은 삼위일체 하나님에게 있기에 우리의 기도가 노력과 상관없이 무용할 수도, 어긋날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당신의 열심의 수준, 곧 기도의 강도와 빈도가 결과를 보장한다는 주장이 넘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 결론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책을 읽으면서 과연 우리의 기도는 일반 종교의 수준을 뛰어넘는 기독교적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책 말미에 ‘세속성자’만큼이나 독특한 ‘기체교회’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양 대표는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과 무교회주의 영향을 받은 일본을 보며 떠올린 것”이라며 “교회나 교인을 찾아보긴 어렵지만 그 나라의 사회적 토대에 기독교적 가치와 영향력이 스며들어있는 기체교회는 불가능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성도들의 이탈을 정당화하고 가나안 성도 현상을 고착화하려 하느냐는 반발이 나올 법하다. 양 대표는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체제에 반대하며 자기 정체성을 세워나가도록 두기보다 세속성자라는 이름 아래 신학적 언어로 정체성을 세워나가자는 취지”라며 “그러면 이들과 더불어 꿈꿀 수 있는 다른 종류의 교회를 시도하거나 기존 교회와 연결하는 게 오히려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트리니티칼리지와 런던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복음과 상황’ 편집장을 지내고 한동대에서 기독교 세계관 강의를 하는 등 복음주의 진영에서 다양하게 활동해 왔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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