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풀리는 사람은 없죠 기사의 사진
성공은 이미 결정돼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야구의 나라 일본에서 드래프트 1위로 프로구단에 입단한 선수들이니 누구나 이들의 미래가 장밋빛일 거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드래프트 1위 선수들은 부상으로, 혹은 지독한 슬럼프 탓에 실패의 쓴맛을 맛봐야 했다.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미즈오 요시타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스물두 살이던 1990년 요코하마 다이요 웨일스에 드래프트 1위로 입단했다. 계약금은 사상 최고액인 1억엔. 매스컴은 “황금 루키의 탄생”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그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허리가 아팠고 수술을 받은 왼쪽 팔꿈치도 문제를 일으켰다. 미즈오는 1년차인 91년엔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이듬해엔 다섯 차례 등판했지만 승수를 올리는 덴 실패했다. 결국 선수 생활을 하는 내내 그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미즈오는 2006년 2월 선수생활을 접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서른여덟 살 나이에 요리사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현재 그는 도쿄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미즈오는 말한다. “재미있고 좋은 일은 과거가 아니라 틀림없이 미래에 있다고 생각해요. 뭐든 내 힘으로 바꾸어낼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다시 일어나 걷는다’에는 이렇듯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에 진출했지만 야구팬에겐 실망만 안긴 선수들의 이야기가 한가득 담겨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처절한 실패담을 들려주는 작품일까. 미즈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마주한 삶의 새로운 국면을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대학생 때까지 야구선수였던 저자는 머리말에 이렇게 적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풀리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죠. 실패하건 성공하건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해낼 수 없다고 애태울 필요도 없고 포기할 일도 아닙니다. 나이가 몇이건 늘 ‘인생은 지금부터’죠.”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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