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대지의 호흡을 머금은 조각 기사의 사진
나점수 ‘Thinking origined from plants’. wood, painting. 더 페이지 갤러리
숲 속 어딘가에서 추어올린 나뭇등걸일까, 아니면 나무껍질일까.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끌린다. 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남아 있는 그 풋풋함이. 낮은 울림만 던지는 그 무목적성이. 빛깔과 형태가 다른 나무들로 대지의 호흡을 전하고 있는 작가는 나점수(1969∼)다. 나점수는 나무를 품에 끌어안고, 그 나무가 숨 쉬었던 숲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러곤 자유롭고, 부드러운 형상을 만든다. 그의 오브제는 홀홀히 부는 자연의 바람처럼, 졸졸 흐르는 냇물처럼 나직하고 편안하다. 그래서 눈이 아닌, 마음을 파고든다.

나점수는 20년 가까이 나무를 주재료로 작업 중이다. 그의 작품은 입체와 평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무시로 넘나든다. 나뭇잎처럼, 꽃잎처럼, 잠자리처럼 벽에 가만히 매달려 있다. 추상화된 나무기둥도 벽에 조용히 기대어 있다. 많은 작가들이 화려하고, 강렬하며, 임팩트 있는 작품을 지향하는 것과 달리 나점수는 자연의 한 귀퉁이를 만들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숲이 없는 도시에 정신이 있을 리 없고, 광야가 없는 마음에 정신이 있을 리 없다. 상처를 밟고 서는 사회에 인간의 정신이 설 자리는 좁다. 예술은 실존이라는 사태 위에서 자라난 잡초여야 한다. 그래서 한 경계를 열고 한 세계를 품는다. 품어 안고서 화(和)를 이룬다”라고. 따라서 그의 조각은 자연에 튼실하게 뿌리를 내린 실존적 조각이다.

나점수는 지난달부터 선배 예술가 이건용과 함께 성수동 더 페이지 갤러리에서 ‘미언대의(微言大意)’라는 타이틀로 2인전을 열고 있다. 공자의 ‘춘추(春秋)’에 나오는 이 말은 ‘짧은 말속의 큰 의미’를 가리키는데, 두 작가의 섬세하면서도 예리한 작업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이영란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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