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라동철] 부동산 정책의 원칙 기사의 사진
한껏 달아올랐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요즘 관망세로 돌아섰다. 아파트 매매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상승 폭은 둔화됐다. 추석연휴라는 시기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과 9·21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 발표를 전후로 매수·매도자들이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기 때문일 게다.

9·13 대책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리고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을 조이는 게 핵심이다.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3.2%까지 올리고 연간 늘어나는 세 부담 상한도 기존 150%에서 300%까지 높였다. 다주택자의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이나 1주택자라도 비거주 목적의 고가주택 구입일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제한했다. 단기간에 수억원씩 집값이 뛴 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겠지만 고가·다주택자의 부담을 늘린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은 과열된 시장에 진정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고가주택이나 여러 주택을 보유하면 그만큼 세 부담이 커진다는 원칙이 일관되게 유지돼야 집을 통해 자산을 늘리려는 가수요를 억누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주택 관련 보유세를 꾸준히 높여갈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추석연휴 직전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은 서울, 경기, 인천 등 17곳에 3만5000가구를 우선 공급하고, 추후 공공택지를 확보해 26만5000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등 총 30만 가구를 짓겠다는 것이다. 공급을 늘려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인데 입주까지는 3∼5년이 걸려 효과를 거둘지 불투명하다. 분양 위주의 주택 공급은 분양받은 사람에게 시세 차익을 안겨줬을 뿐 집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오히려 공급 과잉을 초래해 신규 아파트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수도권 외곽의 집값 하락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 공급은 장기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효과적이다.

거래세(취득세, 등록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신중하게 검토할 사안이다. OECD 회원국에 비해 높은 거래세는 인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취득·등록세가 지방세라 지방 재정에 대한 보완책 마련과 연동해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각에서 매물을 늘리려면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양도세는 주택 매입가와 판매가의 차액인 양도차익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집을 팔아 차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든, 투자든 집을 사들이는 목적은 양도차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집을 팔아 차익이 생겼다면 합당한 세금을 내는 게 마땅하다.

양도세 인하는 시장에 ‘역시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공평과세 원칙에도 위배된다. 거주 목적의 실소유자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보유 기간이 아니라 실거주 기간에 비례해 양도세 감면 폭을 확대하는 방안은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겠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에 맞춰져야 한다. 보유세 강화를 통해 집값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으로 다주택자들이 그에 따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전·월세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제, 공정임대료제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시장 논리에 어긋나고 사유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항변도 있지만 일방적 주장이다. 일본, 독일 등 외국에서도 비슷한 제도로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집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이런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이번 대책에도 시장은 또 들썩거릴 수 있다. 원칙을 지키면서 지속적으로 정책을 보완해 가야 하는 이유다.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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