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규제 이어 금리까지 오르면 부동산시장 냉각” 기사의 사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준은 투표권을 지닌 위원 9명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75∼2.00%에서 연 2.00∼2.25%로 인상키로 했다. 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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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의 시장금리 상승을 촉발하는 ‘채찍’과 같다. 2016년 이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마다 국내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들썩이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시장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의 ‘뇌관’을 자극할 수 있다. 신규 대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기존 대출자들에겐 더 높은 이자 부담을 짊어지게 한다. 국내 가계부채는 1500조원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약 1000조원이 시장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변동금리대출이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면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등 전반적인 가계대출 금리가 본격적으로 치솟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득에 비해 많은 대출을 받은 사람, 이자 부담이 큰 한계가구부터 신용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부동산시장도 ‘태풍’의 영향권을 피할 수 없다. 정부의 전방위 대출규제에 시장금리 상승이 맞물리면 미분양에 시달리는 지방 부동산부터 급격하게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긴장감을 감추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회사의 과도한 금리 인상 등 불건전 영업행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내 주요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및 취약차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시장금리는 그동안 꾸준히 올랐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지난달 연 1.89%(잔액 기준)로 2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2개월 연속 상승세다. 현재 연 최대 4% 중후반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해 안에 연 5%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문제는 금리 상승이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을 한층 더 짓누른다는 데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4.8%(2017년 기준) 규모다. 미국(79%)이나 일본(57%)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0%를 크게 웃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이자상환부담 추산’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국내 변동금리 부채(평균 1억3988만원) 보유 가구의 연평균 이자지급액이 402만5000원에서 496만6000원으로 94만1000원 늘어난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득 대비 이자지급액이 3.3% 포인트나 뛴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취약차주는 금리 인상기의 ‘시한폭탄’이다.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지난해 82조원을 돌파했다. 이들이 받은 대출 가운데 65%는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고금리 대출’이었다. 지난 6월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4.8%로 지난해 말보다 0.5% 포인트 올랐다. 한은은 지난 20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대출금리 상승 시 취약차주의 채무상환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다 시장금리 상승은 부동산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최근 수도권 집값 급등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풍부한 유동성이다. 이에 대출규제와 더불어 금리 인상은 과열을 잡는 확실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부동산시장에서 금리 상승은 수익률 저하로 직결된다. 분명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정부 대출규제에 이어 금리가 인상되면 부동산시장은 상승세가 꺾이는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투자했던 사람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이자부담이 커지면 주택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종권 한국감정원 홍보실장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 중 원리금 상환액이 70만∼100만원가량인 이른바 ‘턱밑까지 찬’ 사람들의 고민이 시작될 것”이라며 “인내할 수 있는 범위를 이탈할지가 관심사”라고 진단했다. 겹겹이 쌓인 규제로 대출을 받는 자체가 부담인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서울지역 부동산의 경우 금리 인상 여파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금리 인상도 시장의 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유동성 장세나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서울지역의 경우 상승세가 꺾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양민철 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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