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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정인찬 <4> 사업하는 신학교 동기 고액 가욋일 제안에 솔깃

“사명 배반하고 딴 길로 가느냐” 새벽 기도 중 꾸짖는 음성 들려

[역경의 열매] 정인찬 <4> 사업하는 신학교 동기 고액 가욋일 제안에 솔깃 기사의 사진
정인찬 총장(왼쪽)이 지난해 경기도 용인 웨신대 안에 있는 새창조교회에서 교인들과 함께 축복기도를 드리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신학대학(현 한신대)에 입학했다. 환란을 지나 천국에 입성하는 기분으로 신학대 교정을 밟았다. 그러나 순탄한 길만 열린 것은 아니었다.

1학년을 마칠 무렵, 조금 친해진 동기생이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이 동기생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이 신학교에 입학한 것은 사명이 있거나 기도응답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다. 부모가 교회 장로와 권사인데, 우리 가정에 목사 한 사람을 배출할 사명을 받았다며 자기를 신학교에 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적성이 맞지 않아 다른 대학에 가서 경영학을 전공해 큰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이 있고 몇 달이 지났을까. 그는 자기가 서울 무교동에 회사를 차렸는데, 앞으로 국내 제일의 해외근로자 경영센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3일 뒤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에 직원이 많았다. 비서가 나를 사장실로 안내했다. 그는 회전의자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비서가 내가 왔다고 보고하니 그제야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독일이나 미국 등에 광부나 간호보조사의 해외취업 알선, 해외 이민 수속 등을 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당시 고졸 출신이나 학원에서 간호학을 공부한 여성을 간호보조사로 해외에 내보내는 일이 성행할 때였다.

국내 취업이 어렵다거나, 해외에 나가 살고 싶고, 돈 벌고 싶은 사람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는 이런 것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내게 해외에서 외국사람이 오면 통역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또 영어로 된 문서를 번역해 달라고 했다. 이 일을 해주면 신학대 동기이고 하니까 일반회사에서 받는 것보다 3배 이상의 월급과 차량 등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솔깃한 제안이었다. 문득 돈을 먼저 벌어 교회개척 자금을 마련한 뒤 안정된 가운데 신학공부를 계속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걱정이 되기도 했다. 새벽 미명에 교회 기도실을 찾았다. 그날따라 십자가가 선명하게 보였다. 2시간쯤 기도했을까. 갑자기 “사명을 배반하고 딴 길로 가느냐”라는 음성이 들렸다. 깜짝 놀랐다. 회개의 눈물이 한없이 나오고 이내 통곡을 했다. 그리고 기숙사에 돌아와 그 친구에게 전화했다. 그랬더니 친구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다니, 평생 후회할 것”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수년 뒤 신학교 졸업반 즈음에 그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사기혐의 등으로 직원들과 함께 구속됐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물질로 성공할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 했지만 난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때 사명을 버리고 물질의 미혹에 빠졌더라면 평생 후회가 아니라 영원히 후회했을지 모른다. 물질 때문에 사명을 저버리지 않은 일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둔다.(갈 6:7∼10) 매순간 시험을 이기는 관문을 통과해야 그리스도를 위한 생애가 시작됨을 깨달았다.

그 친구는 신학대 동기들이 목회자가 돼 거의 원로목사로 추대받을 즈음에 목사안수를 받고 못다 한 하나님의 사명 완수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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