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권혜숙] 방탄소년단, 어디까지 갈래? 기사의 사진
“저는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많은 흠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저 자신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고 천천히, 그저 조금씩 사랑하려 합니다.”

지난주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뉴욕 유엔본부 연설을 듣고 궁금증이 생겼다. 연설은 BTS가 2년여에 걸쳐 발표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앨범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연설은 자못 감동적이었지만 ‘자신을 사랑하라’란 메시지 자체는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고 노래한 휘트니 휴스턴(‘The greatest love of all’)이나 ‘남들이 뭐라든 자기 자신이 되라’던 스팅(‘Englishman in New York’) 등에게서 익히 들었던 새롭지 않은 주제였다. 그런데 새삼스레 전 세계가 BTS의 메시지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1세기의 나르시시즘’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이준호 한신대 정신분석대학원 교수에게 BTS의 ‘자기애’라는 메시지에 대해 물었다. 이 교수는 “욜로부터 혼밥문화, 비혼주의 등 문화적으로 자신에게 집중하는 게 하나의 코드가 됐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를 봐도 국가들도 ‘내가 먼저’를 외치고 있다. 모두 연속성 있는 생각 아니겠나”고 했다.

‘대중문화로 인문학하기’를 강의한 윤영훈 성결대 교수는 “BTS의 메시지가 새롭다기보다 시대적 상황이 이전의 메시지를 다시 요청한 것”이라며 “이전 세대가 반전과 인권 같은 사회참여적이고 저항적인 노래에 반응했다면, 지금 세대가 호응하는 메시지는 이전과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무한경쟁으로 청춘이 상실된 시대에, 쳇바퀴를 벗어나 자신을 찾으라는 BTS의 노래가 1020세대에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BTS의 메시지에 주목한 것은 그들의 팬만이 아니었다. 유니세프와 아동·청소년 폭력 근절을 위한 글로벌 캠페인을 함께하게 됐다. BTS는 유니세프와의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을 통해 한국 가수 최초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참여를 호소하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6개월 만에 12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모금하는 호응을 얻고 있다.

가수들에게도 성장 패턴이 있다. 기획사가 만들어주는 상업적인 음악으로 출발해 본인들이 프로듀서가 돼 직접 곡을 만들고, 탁월한 작품을 생산해낸다. 빅뱅을 비롯해 여기까지 도달한 K팝 아이돌은 결코 적지 않다. 곡에 메시지를 담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그다음 단계이다. 그렇다면 데뷔 5년 만에 미국과 일본·영국의 팝차트에서, 미국의 주요 방송을 통해, 월드투어로 가요사에서 전인미답의 기록을 쓰고 있는 BTS의 성장의 끝은 어디일까.

윤 교수는 노래의 메시지가 소셜 캠페인으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록밴드 U2를 BTS의 모델로 제시했다. U2는 마약 퇴치, 부채탕감, 환경보호 등 수많은 사회활동을 벌여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언급되는 팀이다. U2의 팬덤이 ‘프로파간다’라는 팬 회보를 만들어 그들을 후원했듯, 최강 화력을 자랑하는 BTS의 팬클럽 ‘아미’도 그런 든든한 지원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BTS 예술혁명’을 펴낸 이지영 세종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BTS를 비틀스에 비교했다. 한국어로 미국 시장을 점령한 BTS가 영국 출신으로 미국을 사로잡았던 비틀스에 비해 손색없다는 주장이다.

비틀스와 U2라니, 팬심이 보태진 평가라 해도 어질어질하다. 애국심에 취한 촌스러운 착시라며 BTS 열풍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BTS는 유엔 연설을 통해 “이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자”며 ‘러브 유어셀프’에서 ‘스피크 유어셀프(Speak Yourself)’로 한 발짝 나아갔다. 차근차근 성장의 계단을 밟아가는 이들의 활동을 바라보는 것도 흐뭇하리라.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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