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지역 리포트] 한국어 공부·자녀 교육에 열성… “코리안 드림 꿈꿔요” 기사의 사진
지난달 30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반월동 생활안전협의회 사무실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는 이주여성들이 수업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 육아와 생활을 모두 챙겨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지만 자녀에 대한 교육열만큼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 수업 후 만난 이들은 “내 인생은 아직 초라하지만 아이들은 나와 다르게 잘 살 수 있도록 키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산=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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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한국사회 다문화가정은 30만 가구를 넘어섰고, 결혼이주여성(이하 이주여성)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주여성은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들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한국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위한 열망이 강하다. 특히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상당히 높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들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들이 부닥치는 여러 어려움과 차별적 시선은 아직도 상존한다. 특히 갖가지 갈등의 단초가 되는 언어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어교육과 대부분의 이주여성이 한국에서 맞닥뜨리는 경제적 약자의 신분을 넘어서기 위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눈이 부시게 푸른 가을하늘에 뭉게구름이 넘실대던 지난달 30일 오전 9시50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반월동에 위치한 반월파출소 뒤에 맞닿아 있는 10평 남짓한 생활안전협의회 사무실은 여자고등학교 교실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20여명의 이주여성들이 두 줄의 긴 탁자를 사이로 마주 앉아 시끌벅적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거의 소음 수준으로 시끄러웠지만 분위기는 유쾌함과 상쾌함, 그 자체였다.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큰소리로 얘기하는 이주여성이 있는가 하면 연신 웃음을 머금은 채 옆사람과 귓속말을 나누는 이도 있었고, 장난스런 몸짓으로 좀 떨어져 있는 이에게 입모양을 지어 보이는 이주여성도 있었다.

왁자지껄한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던 사무실은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면서 나이가 지긋한 두 분의 한글 선생님이 등장하면서 이내 조용해졌다. 이주여성들은 수줍게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하더니 한글 교과서를 꺼내 곧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글 공부는 기초반과 중급반으로 나뉘어 정오까지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수업 간간히 서투른 발음에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긴 했지만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선생님과 조금이라도 더 알려는 의지로 가득한 이주여성들의 열기로 사무실은 뜨거웠다.

평일에 직장생활과 육아로 시간을 낼 수 없었던 이주여성들의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 이주여성들을 돕고자 주말마다 한국어 교사로 나서는 안산시청 여성 간부와 고등학교 교감 남편의 따뜻한 마음이 한데 섞인 결과였다. 이주여성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고 수업이 가능하도록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안산상록경찰서 김윤희 외사계장(여·경감)의 남다른 열정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의기투합은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록경찰서에 부임한 김 계장은 과거 외국인 밀집지역인 안산시 단원구 원곡파출소에서 근무했는데 이주여성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보듬어 주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김 계장은 도움이 필요한 관내의 이주여성을 찾아 나섰고 당시 지역에서 파출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선배의 도움으로 결혼이주여성 안소희(35·베트남)씨와 유혜림(31·캄보디아)씨를 만났다.

마침 안씨와 유씨도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원곡동의 다문화가족센터와 외국인주민센터를 오가며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거주지인 반월동과의 거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차였다. 김 계장과 이들은 곧 한데 뜻을 모았고, 같은 해 11월 반월동에 거주하는 이주여성 모임인 ‘반달회’를 출범시켰다. 반달회라는 명칭은 거주지역 명칭인 ‘반월’의 ‘반’자에 월(月)이 한 달을 뜻한다는 점에 착안해 ‘달’자를 붙여 명명했다. 현재 반달회엔 30여명의 이주여성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데 베트남 출신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캄보디아와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출신이다.

반달회 회원들은 단체카톡방을 만들어 국적과 언어가 다른 어려움을 한국어를 공통어로 극복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한국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위해 서로를 격려하고 있는 것이다.

반달회원들의 첫 번째 활동은 자녀들을 위한 것이었다. 자녀들에게 모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 주기 위해 모국어 교육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강사는 회원들이 돌아가며 맡았고 베트남어와 캄보디아어 교육을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진행했다.

자녀들을 위한 교육만큼이나 중요한 게 한국어 교육임을 절감한 회원들은 올해 초 한국어 교육을 받게 해달라고 김 계장에게 요청했다. 김 계장은 다문화가족센터 등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고, 마침내 지금 강의를 하고 있는 부부 강사와 지난 4월부터 인연을 맺었다.

반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결혼 11년차 안씨는 “우리나라는 가난한 나라여서 여기(한국)에 왔지만 남편도 잘사는 사람이 아니고 그냥 보통사람”이라며 “지금 내 인생은 아직 초라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 아이들은 나와 다르게 잘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국어교육은 이제 6개월 남짓 됐지만 효과는 회원들 스스로가 절감하고 있었다. 10살과 6살의 두 딸을 둔 엄마 이유진(31·베트남)씨는 “한글이 어렵지만 재밌다”며 “이제는 학교나 유치원에서 오는 가정통신문도 읽고, 선생님과 상담도 가능해졌다.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12살 딸 하나를 뒀다는 홍주연(36·베트남)씨는 아주 정확한 발음으로 “딸이 치과의사가 되는 게 소원”이라며 “딸은 내 인생의 전부다. 딸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6살 딸과 2살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가보칸(28·우즈베키스탄)씨는 “반달회원이 되기 전엔 남편이 출근하고 퇴근할 때까지 매일 집에서 혼자 지내며 너무 외로웠다”며 “국적은 달라도 같은 처지인 친구와 언니들이 생겨 너무 좋다”고 말했다.

남편을 여의는 등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이주여성들에게도 반달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11살 아들과 7살 딸을 둔 투란(35·베트남)씨는 지난해 9월 남편이 세상을 떠났지만 반달회에서 위안을 얻는다. 투란씨는 “성장하는 아이들을 학원도 보내며 열심히 키우고 싶지만 한 달 열심히 일해도 160∼170만원 남짓한 수입밖에 없으니 엄마로서 너무 서글프다”면서도 “나라에서 장기 임대아파트를 제공해줬고 회원들의 격려도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이들 이주여성들은 공부뿐만 아니라 남편, 아이들과 함께 근처에 있는 텃밭에서 농사도 같이 짓는다. 반달회 총무를 맡고 있는 유씨는 “반달회원 대부분은 시간이 나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텃밭에서 배추나 무, 고구마, 감자 등을 심고 가꾼다”며 “생활에 상당한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어느새 이들 이주여성의 대모가 된 김 계장은 “이주여성들은 ‘내 인생은 이만큼이지만 자식들은 나처럼 살게 하기 하지 않겠다’며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주여성 대부분은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살려는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이라며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한국어교육과 직업교육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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