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티 테이블] 신의 함정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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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멍에는 쉽고 그 짐은 가볍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는데 삶은 왜 이토록 힘들까? 예기치 않은 사고나 질병, 금전적인 고난과 삶의 역경을 만날 때 “내가 이렇게 힘든데 하나님은 대체 어디 계신가요?”라고 반문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일본 소설가 엔도 슈사쿠는 하나님은 인간의 가장 비루하고 약한 부분, 어떻게도 해볼 수 없는 부분을 통해 말을 걸어온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려움에 빠질 때 자신을 더 찾게 만들며 어떤 상황 속에서도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철저히 깨지고 아플 때 하나님은 우리가 빠진 함정으로 들어오신다는 것이다.

“신은 어디로 숨어들지 모른다. 그리고 신은 우리가 범하고 있는 악을 이용해서라도 우리를 붙잡으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죄 안에도 구원의 가능성이 있고, 어쩌면 죄 안에야말로 그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죄 안에도 신이 그 인간을 바로 옆으로 끌어당기려는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중에서)

작은 사업을 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던 40대의 H씨는 3년 전 믿었던 친구에게 거액을 빌려주고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다. 친구가 잠적하는 바람에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배신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전부 자신에게 등을 돌릴 것 같아서 두려웠다. 아내와 극심한 불화로 매일 어떤 방법으로 생을 마감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날씨가 맑은 어느 날, 한강대교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뛰어내리려 한 적도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회를 다녔고, 시간 날 때마다 하나님을 찬양했던 자신이 말이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하나님이 나를 버리신 것 같다’란 절망적인 생각이었다. 어깨를 두껍게 감싸고 있는 ‘거대한 슬픔’이 삶을 질식시킬 것 같았다.

그러던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 것은 고난의 시간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을 바꾸고 난 후였다. 고난의 시간이 어쩌면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준 은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빠진 ‘함정’ 속으로 하나님이 들어온 것이다.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고 의심할 때 하나님의 존재는 더 분명해졌다. 하나님이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계시다고 믿었다. 자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기로 했다. “난 절대 포기하지 않아. 잘할 수 있어.” “난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란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예전엔 생각하지 못했던 아르바이트, 일용직이 부끄럽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앞으로 나가는 중이다. 환경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게 되자 고난을 견딜 힘이 생겼다. 끝까지 살아만 낸다면 고난이 은총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하나님은 우리가 미지근한 신앙으로 살 때보다 차갑거나 뜨거운 신앙으로 살 때 우리의 삶 안으로 들어오신다. 성경도 그렇게 말한다.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뜨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버리리라”(계 3:15∼16)

하나님께서 우리를 결과적으로 형통케 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 고난을 이겨내는 출발점이다. 실패의 경험이 많았어도 꿈꾸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설사 실수를 반복한다 해도 나선형으로 반복하기에 조금씩 수정 보완하며 성장할 수 있다. 인생이 가치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다. 각자의 인생을 하나님의 눈으로 봐야 볼 수 있다. 사랑과 연민이 가득한 따뜻하고 너그러운 절대자의 눈으로 가족과 친구들을 대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과 연민이 가득한 너그러운 절대자의 눈길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자신을 일으키는 힘은 ‘꿈꾸기’이다. 꿈꾸는 방법을 잃어버렸다면 그것은 해도 안 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일 것이다. 실패할까봐, 상처 받을까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아서다.

그러나 꿈꾸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꿈을 꾸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고난이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더 신기한 것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난이 결코 꿈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머리가 좋아서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돈이 많아서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생각과 꿈, 믿음의 말이 운명을 좌우한다. 꿈을 안고 있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종교2부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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