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국제기구 여성 경제학자 전성시대 기사의 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구직의 하나로 꼽힌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라구람 라잔 전 인도중앙은행(RBI) 총재, 올리비에 블랑샤르 MIT 교수 같은 세계 정상급 경제학자들이 이 자리를 거쳤다. 공식 명칭이 IMF 경제 카운슬러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00여명의 박사 이코노미스트가 포진한 IMF 리서치 부문을 이끌며 총재에게 다양한 정책 현안에 관해 조언한다.

이 명예로운 자리에 기타 고피나트(46) 하버드대 교수가 1일(현지시간) 선임됐다. 이 자리를 맡는 첫 여성이다. 그는 연말에 은퇴하는 모리스 옵스펠드에 이어 내년 1월 취임한다. 인도계 미국인인 고피나트는 델리대를 졸업한 뒤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금융과 거시경제학이다.

고피나트 교수는 변동환율제의 이득이 생각보다 작다는 연구 결과로 크게 주목받았다. 달러라는 ‘지배적 통화’가 있는 세상에서는 수출 증진을 노린 통화가치 절하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인데, 이는 상품들이 압도적으로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그는 올 초 발표한 ‘뱅킹, 무역 그리고 지배적 통화의 형성(Banking, Trade, and the Making of a Dominant Currency)’ 논문에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생산과 무역의 비중이 줄어듦에도 글로벌 무역과 금융에서 달러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는 이 현상의 작동 기제를 분석했다. 세계 무역의 40%가 달러로 이뤄지는 현실에서 달러 강세는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국가의 수입과 부채를 늘려 이들 국가에 이득보다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고피나트 임명으로 주요 국제 경제기구 연구직 수장을 모두 여성이 차지하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프랑스 경제학자 로랑스 분이 수석이코노미스트를 맡고 있으며 세계은행은 지난 4월 피넬로피 코우지아노 골드버그를 차기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지명했다. 지난 2월 퇴임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연준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이었다. 고피나트는 그간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여성으로서 차별받는다고 느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대학 경제학과에서 여성 교수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연세대 경제학과가 전체 교수 35명 중 2명으로 그나마 ‘선방’하고 있고, 서울대는 경제학부가 생긴 지 처음으로 지난 5월 한국인 여교수를 뽑았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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