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소비자 선택 폭 넓어져” VS “통신사 견제 장치 사라져” 기사의 사진
이동통신 업체 간에 요금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제도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인가제는 1위 통신회사를 ‘인가 통신회사’로 지정해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의 허가 절차를 밟도록 한 제도다.

인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인가제를 정부가 통신사의 요금 결정권을 침해하는 과잉 규제라고 비판하며 이를 폐지해야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시장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존치해야 한다는 측은 인가제는 통신사가 요금을 함부로 조정할 수 없도록 정부가 견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가제 폐지를 담은 법률개정안이 다수 올라와 있다. 여기에는 정부가 지난해 6월 제출한 법안도 포함된다. 정부는 1991년 도입된 인가제가 당초 취지를 잃고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2015년부터 폐지를 추진해 왔다.

정부안은 인가제를 신고제와 인가제의 중간 형태인 ‘유보신고제’로 대체하는 게 골자다. 유보신고제는 1위 통신사도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때 신고만 하도록 전환하되, 그 요금제의 부작용이 클 경우 정부가 요금제 출시를 취소하는 제도다.

하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1일 “신고제도 사실상 인가제처럼 운영된다”며 인가제·신고제를 모두를 폐지하는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인가제는 당초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발 통신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시장 지배력을 가진 1위 통신사가 요금을 내려 다른 사업자의 가입자를 뺏고 나서 다시 요금을 올리는 식의 ‘약탈적 요금개편’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1위 무선통신사인 SK텔레콤의 점유율이 40%대 초반까지 떨어진 데다 KT와 LG유플러스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약탈적 요금 개편 우려가 줄었다. 외려 SK텔레콤이 새 요금제를 정부로부터 인가받는 사이 후발 사업자들이 비슷한 요금제를 먼저 내놓으면서 요금 담합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불거졌고 인가제 폐지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그래도 인가제 폐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인가제 존치 측은 인가제를 폐지한다고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기보다는 1위 통신사가 고가 요금제 출시에만 집중해 외려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약탈적 요금개편 우려가 여전하고,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정책 등 이용자 보호 정책을 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가제를 폐지하더라도 유보신고제나 1위 통신사 가중처벌 조항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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